내가 택한 불법행위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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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취업박람회에서 탈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취업박람회에서 탈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했다’는 말이 법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행위니까요. 그런데 탈북자들 중에는 불법인 줄 알고도 행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일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자주 행하는 불법행위,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워낙 연세 있으신 분들은 새로 바뀌는 것들에 익숙지 않죠. 한 해에도 여러 번 새로운 기능이 첨가된 최신 손전화, 스마트폰이라고 하는데, 이런 전자기기 사용도 어려워들 하십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어르신 탈북자 분들은 평생의 습관이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특히 최신 손전화 만큼이나 탈북자 지원제도, 혜택, 그리고 법률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계신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누구나 그러하지만 우리들처럼 60대가 넘으면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 익숙함을 유지하려는 습관이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르신들 중에는 잘 몰라서 지원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법적인 혜택을 못 보기도 하고, 불법을 저지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들도 있습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먼저 한국에 나온 선배들에게서 불법적인 내용을 알게 되면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들도 많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거든요. 어떤 분이 불법을 저질러서 불이익을 당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시는 겁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누가 이런 법이 있는 줄 알기나 했냐고요. 잘못된 것을 배워주니 그대로 따라했다는 것입니다. 하긴 오죽하면 못하는 게 바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예진: 저희 상담 시간에도 종종 그런 사례들이 있었는데 북한에서 배급받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좀 있는지, 한국 정부의 생계지원비를 불법으로 타서 문제가 된 상담 사례들이 많았죠?

마순희: 그렇습니다. 참 생계비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설명을 드려야할 것 같은데요. 생계비라는 것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인 사람들에게 매월 살아갈 수 있는 최저생계비를 국가가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우선 생계비를 받으려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되어야 하는데요. 우리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처음 한국에 도착하면 모두가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게 됩니다. 6개월은 조건부과 없이 생계비를 받게 되는데 보통 생계비, 주거지원금,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 생활에 필요한 일체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최저생계비니까 넉넉하게 생활할 수준은 아니지만 먹고 살 수 있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가족 수에 1인을 추가해서 주다보니 생계비로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면 거주지의 주민센터에서 재심사를 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수급자격을 탈락하고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수급자격이 계속 연장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몇 개월간 수급자로 생계비를 받으면서 살다가 갑자기 취직해서 살아가야 한다면 두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회사에서 일할지, 회사에는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더욱이 자녀들이 있을 경우에는 자녀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요. 그러다보니 조금은 넉넉지 못하더라도 수급자로 생계비를 받는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여러 가지 편법을 쓰기도 한답니다. 거기에 먼저 나온 선배들이 어떻게 하면 생계비를 연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보들을 주게 되면 귀가 솔깃해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병원에 가서 근로능력이 안 된다는 진단서를 떼서 동사무소에 제출하기도 하고 어린애를 키울 동안에라도 집에서 애를 키우면서 살고 싶어서 남편과 위장이혼을 하기도 하고요. 처음 한국에 정착하면서 모르는 것도 많고 사회생활이 두렵기도 한데 무작정 나무라기만 할 수도 없는 일이더라고요.

이예진: 안타깝네요. 최근엔 그 생계비를 받기 위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일을 하다가 문제가 생긴 분도 있었다면서요?

마순희: 제가 잘 알고 있는 여성분의 이야기입니다. 북한에 자녀들을 두고 왔기에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북한에 보내주는 분입니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면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데 생계비는 70여 만 원, 600달러가 나오거든요. 제대로 수속하여 일하면 생계비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지인들의 말만 믿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일을 하고 생계비는 그대로 받아 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일하다가 허리를 다쳤습니다. 정상적으로 수속하고 일하였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기간에도 산재로 일한 것만큼 급여를 받으면서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아픈 허리를 제대로 치료 받지도 못하고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나오는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차라리 내 이름으로 당당하게 일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할 경우 잃는 것과 얻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잘 생각했다고 하면서 일반적인 조건들을 설명해 주고 구체적인 것은 동 주민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아 보도록 권유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동안 몰라서 혜택을 못 받은 것도 있고 또 큰 차이도 없는데 괜히 마음고생을 했었다고 하면서 지금은 자신의 이름으로 취업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나이가 67세다보니 지금은 일하는 동안은 생계비는 안 나오지만 노령연금, 주거지원금이나 의료수급자혜택은 그대로 받고 있답니다.

이예진: 남의 이름으로 일하다보니 아픈 동안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그것도 받지 못하고, 남의 이름으로 돈을 받다보니 불안해지는 거죠. 그럼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종종 있는 것 같아요.

마순희: 참, 사실 그런 편법을 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무어라고 말할 수도 없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부부가 같이 살면서도 서류상으로는 이혼한 것으로 하는 경우들도 많거든요. 모든 생계급여는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식구 중에 근로능력자가 있으면 전체 가족이 생계비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애들이 어린데 둘이 함께 맞벌이를 하다보면 어린자녀들을 키우는 것도 걱정이 되다보니 그런 경우를 드문히 보게 되더라고요. 언젠가는 어떤 분이 전화로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더라고요. 자기네 가족이랑 식구도 같고 형편도 비슷한 가정이 있는데 자기들은 생계비가 안 나오는데 그 집은 어떻게 생계비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참 그럴 때는 난처하지요. 그렇다고 개인의 사생활을 어떻게 간섭할 수도 없는 일이고요. 그런데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택한 불법행위 때문에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더라도 할 말이 없을 테지만 그런다고 우리가 조사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부부가 이혼했다는데 그렇다고 북한처럼 임의의 순간에 숙박검열할 수도 없고요.

이예진: 서류상으로 그렇게 되었으니 믿고 넘어가게 되는 거죠. 처음부터 불법인 줄 알고도 그렇게 했다지만 나중에 다시 해결하고자 한다면 법적으로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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