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하지 말기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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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흥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시흥프리미엄아울렛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흥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시흥프리미엄아울렛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평소 좋아하던 취미를 살려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좋아하던 취미는 직업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죠. 직업이 되면 좋아하던 일이 스트레스로 변하기 때문이라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 중에는 어떤 일이든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탈북자들이 일에 대해 조급해하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요즘 취업문제는 젊은이들이나 은퇴 후 다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도 그렇고 탈북자들 역시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고들 하죠. 특히 우리 탈북자 분들, 요즘 일자리 잡는 게 어떤가요?

마순희: 취업문제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지만 한국에 온 우리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우리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특별한 사유 없이 그냥 일하지 않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죠.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고령자인 경우에도 건강이 허락하면 쉬운 일이라도 하려고 하고 적은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마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일자리가 없어서 취직이 어렵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이 있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에는 또 다른 생각도 들더라고요.

여전히 구직난, 구인난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고 일자리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사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고 내게 맞는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는 거겠지요.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실제 일할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취직을 위해서 여러 가지 교육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도 쌓고 스펙이라고 하죠. 나름대로 직업에 맞는 자격을 갖췄으니까 내가 원하는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현실을 감안하면 그런 꿈의 직장은 한계가 있어 누구나 다 들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웬만한 일자리에라도 취직하여 일하면서 경력도 쌓게 되고 한 가지라도 배우게 된다면 그것 역시 자신의 목표인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하나원 교육을 받을 때부터 경제지식이나 취업정보 등에 대하여 많은 교육을 받고 실제로 경제활동 현장 방문을 통한 체험행사 등을 통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취업지원제도가 잘 되어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취업을 돕는 취업 장려금, 내일 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 그리고 2014년 11월 29일 이후에 입국한 분들부터 해당되는 미래행복통장 등 많은 시책들이 취업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취업문제는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의 대한민국 정착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어려움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예진: 이 시간에 종종 얘기 나눴지만 사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하나원에서 석 달간의 정착교육을 받고 바로 일자리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하나원에서 3개월 동안 정착교육을 받고 적성검사도 받고 직업에 대한 교육도 받기는 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나원을 나오면 하나센터에서 실제로 체험하면서 지역 적응교육도 받고 취업을 위해서 여러 업체들도 방문하고 또 체험 프로그램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취업은 쉽지는 않거든요. 더구나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인 경우에는 처음부터 조급한 마음에 취업부터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북한이나 중국에 두고 온 가족이 있을 경우에는 하루 빨리 돈을 벌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간절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으로 오는 경비, 즉 브로커비용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 언제까지 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구한다고 취업훈련을 받으면서 느긋하게 취업을 준비할 겨를이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우선 급한 마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전문적인 일자리보다 임금이 적더라도, 조건이 잘 안 맞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자리라도 찾게 됩니다.

얼마 전에 저의 먼 친척뻘 되는 조카가 한국에 왔거든요. 탈북한지는 저희들만큼 오래 되었는데 지금까지 중국에 살다가 9살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왔습니다. 그 조카의 경우에는 북한이나 중국에 돈을 보내줄 일도 없는데도 조급해하기는 마찬가지더군요. 하나센터 교육이 끝나고 며칠이 안 되었는데 전화가 왔어요. 인천의 한 공단의 생산직에서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데 거리가 멀어서 출근시간이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일자리가 생겼을 때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튿날 회사에 가보기로 했다고 하기에 이미 약속했으면 약속한 대로 회사에 가보고 와서 다시 전화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절대로 결정은 그 자리에서 하지 말고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공단에 갔다 와서 다시 통화했는데 결심이 안 선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도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왔기에 일이 힘든 것은 견딜 수 있는데 시간이 문제라는 거죠. 아들이 아홉 살인데 한족마을에서 살아서 아직 한국말도 서툴고 학교로 가는 것도 혼자 보내기가 마음이 안 놓인다는 것입니다. 아침 출근시간을 맞추려면 아들보다 먼저 출근해야 하고 또 하루 종일 회사에서 아들에게 관심도 못 가지고 있다가 저녁에 퇴근하니 그것도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직 나이도 젊고 또 한국에서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닌데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요.

한국에 살려면 컴퓨터를 다루는 것은 거의 필수니까 우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컴퓨터학원부터 다니면서 아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돌보아주는 것은 어떻겠는지,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돈을 벌고 싶으면 주변에도 아르바이트, 그러니까 부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까 간단한 거라도 하면 될 것 같지 않은가고 했었죠. 학원에 다니다 보면 단순히 컴퓨터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교육생들을 통해서도 대한민국에 대하여 여러 가지 좋은 정보들도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지 잘 모르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예진: 좋은 말씀해주셨네요. 가장 중요한 건 일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데, 그게 또 닥치면 쉽지 않죠. 그래서 하나원에서부터 제 2의 인생에 대한 설계를 꼼꼼하게 잘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물론 계획이라는 것도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야 세울 수 있는 거지만 탈북자 분들은 헤쳐 나가면서 계획을 수정하더라도 우선 일자리에 대한 긴 설계는 필요할 것 같아요. 다음 이 시간에는 조급해하지 않고 긴 안목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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