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국풍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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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절 100주년인 지난 3월 1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3 ·1절 100주년인 지난 3월 1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쪽에서야 입만 열면 ‘우리는 하나’를 외치지만 남쪽에서는 우리가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살고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에 호응하는 사람도 삽니다.

지난 번 이 시간에 언젠가 달성될 통일한국에서 남북한 주민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통일연습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민의 나라, 인민의 나라로 갈라진지 71년, 통일의 가능성은 있는지, 타당성은 있는지, 통일문화는 어떻게 형성돼야 하는지에 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참으로 긴 세월동안 갈라져서 살아오다 보니 문화적 분단에서 심리적 분단까지 와버렸지요. 이 심리적 분단은 통일의 당위성을 약화시키는 것도 사실입니다. 꼭 통일해야 되는가 하는 심리가 고개를 쳐드는 것이지요. 국민의 나라와 인민의 나라가 엄연히 존재하는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입니다. 통일을 얻으려고 남쪽의 한국국민이 자유를 포기할리 없을 것이고 통일이란 명분 때문에 북쪽 통치자가 권력을 내놓을 리 없지요.

군사적 분단에서 정치적 분단으로 그리고 문화적 분단으로 되다보니 한 민족임을 부인하는 심리적 분단으로까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방향은 아니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쪽에서야 입만 열면 ‘우리는 하나’를 외치지만 남쪽에서는 우리가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살고 ‘우리는 하나’라는 구호에 호응하는 사람도 삽니다. 북쪽처럼 하나의 가락에 천만가락이 따라가는 일은 없지요. 사상의 일색화를 찾고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확립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국풍을 만들려고 하는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삼는데 회의를 갖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사실은 좋은 방향은 아닐지 모르더라도 틀린 방향은 아닐 거란 것입니다.

새로운 국풍이란 뭣을 말하는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통치자가 말하기를 사회주의 우리 집을 세상에 보란 듯이 하려면 우리국가 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가져야 한다고 했지요. 이 말에 따라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려면 거기에 맞는 국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북한 전역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자주성을 귀중히 여기고 애국심이 높고 투쟁하기 좋아하고 단결력이 강하며 화목하게 사는 국풍을 지녀왔는데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세우기 위한 국풍은 지금까지의 국풍에다가 새로운 국풍을 창조해 나가기를 강조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국기와 국장, <애국가>를 신성하게 대하고 국가의 모든 법들을 절대 존중하는 준법기풍을 확립하기를 강조합니다. 또 국화와 국수, 국조, 국견(나라 개)과 같은 국가상징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애호하는 사회풍조를 조성하는 것도 국풍수립에 좋다고 말합니다.

느닷없다고 할까, 왜 국가상징들을 강조하고 준법정신을 강조할까요?

임채욱 선생: 그간 북한은 우리민족제일주의니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면서 민족을 찾았는데 올해 초부터 당이나 수령대신에 ‘국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통치자가 신년사에서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라”고 한데 따른 것이지요. 이것은 북한정권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외국에 보이면서 통치자의 대외활동도 많아지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가상징에 대한 태도가 느슨해졌다고 할까, 그렇게 내세우지도 않지요?

임채욱 선생: 좀 그런 면도 있지요. 국경일에 나라의 얼굴인 태극기를 다는 집도 줄어들고 어떤 행사에서는 애국가 대신에 다른 노래를 부르는 일도 있다고 하지요. 그리고 국화라고 여기는 무궁화사랑도 그저 그런 건데 정부에서도 상징애호를 그렇게 압박하지는 않지요. 한국에서는 북한에서처럼 국조나 국수도 없고 국견도 없습니다.

북한의 우리국가제일주의는 우리민족제일주의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임채욱 선생: 우리국가제일주의는 우리민족제일주의 정신으로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는 가운데서 발전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민족 제일주의 태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결국 북한인민은 김일성민족이고 김정일 조선의 한 구성원이 됩니다.

1980년대 한국에서도 국풍을 찾은 일이 있었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아, 그건 1981년 5월에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문화축제를 열면서 국풍이란 이름을 붙인 일이 있었지요. 그 때 사람들은 국풍이 무슨 말인지, 어떤 뜻을 지녔는지 궁금해 하기도 했지요. 그 때 국풍축제는 하나의 민족주의 이벤트였지요.

그럼 국풍은 어떤 뜻을 가지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라의 풍속이라 해도 되지요. 국풍이란 말은 중국에서도 쓰고 일본에서도 씁니다. 본래 국풍은 중국 고전 <시경>에서 들어있는 시들 중 주로 민간에서 유행하던 노래를 모은 민간가요를 말합니다. 민간가요이기 때문에 주나라 시대 민중의 풍속이나 생활상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습니다. 또 이런 노래가사 중에는 통치자를 칭송하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국풍이란 말은 그러니까 나라의 풍속이란 뜻 외에도 여러 뜻이 있겠군요. 다의적인 해석도 가능한 용어로군요.

임채욱 선생: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국풍이 문학이나 예술, 건축에서 국풍문화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는 전통음악 축전을 국풍축전이라고도 합니다. 어떻든 북한에서 국풍은 내용상으로 봐서 하나의 풍조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그 풍조에는 앞에서 봤듯이 나라 깃발이나 나라휘장 그리고 나라 나무나 나라새, 심지어 나라 개인 국견까지 사랑하자는 애국기풍이 포함되고 또 법을 절대로 사랑하자는 준법기풍도 포함되고 있지요.

결국 북한에서의 국풍은 다시 한 번 인민들을 다잡자는 뜻이 있을 것 같군요.

임채욱 선생: 그럴 것 같습니다. 김일성민족이 세운 김정일조선을 사회주의 강국으로 만들겠다면서 새롭게 국풍을 강조하는데 어느 일면 1981년 한국에서 국풍운동을 벌리던 것과도 비슷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한국에선 그때 군사정권을 반대하는 대학생층을 무마하고 통치에 활용하려고 국풍을 내세웠지요.

나라의 풍조라는 뜻으로 볼 때 오늘 국민의 나라와 인민의 나라 국풍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국민의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디지털, 모바일 산업 세계1위, 뷰티(미용), 헤어(머리단장), 화장품산업 세계1위, 드라마, 음악, 엔터테인먼트(예능) 산업 세계1위인 나라입니다. 그렇지만 이 국민의 나라에는 자살율이 세계 최고이고 국민의 정치만족도도 바닥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불안, 불신, 불만이 가득한 3불(不)사회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이런 풍조를 고칠 처방으로 사회품격을 높이자고 제의하기도 하는데 이게 국풍으로 까지 이어 질런지는 모르겠군요. 인민의 나라는 미사일은 펑펑 쏘아대는지 모르지만 국제적인 경제제재로 인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점점 사회주의나라다운 모습이 없어져 가니 통치층은 준법정신과 애국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게 국풍수립 강조로 나타나는데 뭣보다 인민의 의식주 생활이 중요한가, 통치자 칭송이 더 중요하냐 하는 정책판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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