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안전부’, 덧창은 ‘보위부’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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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주민들이 추석맞이 송편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 주민들이 추석맞이 송편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추석입니다. 중추절, 가배, 가위, 또는 한가위라고도 합니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임으로 연중 가장 풍성한 멸절이죠. 남한에서는 민족최대의 명절입니다.

추석은 농경시대 고대사회에서 유래했으며, 신라와 고려에 이어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선대왕에게 추석을 지냈다고 하네요.

보통 추석날 아침에는 조상님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며 여름비에 무너진 무덤 보수와 벌초를 합니다.

현대사회인 지금 이 날은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수천만 명이 하루이틀사이에 대이동을 하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님들을 찾아뵙고, 차례를 지내며, 조상님들께 큰 절을 올립니다.

평상시 4시간 5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거리를 교통체중 때문에 9시간 10시간이 걸려 내려갑니다. 서울시내는 텅텅 비고 식당, 상점들은 당일 많이 문을 닫으며, 서비스업도 한산하기만 합니다.

또한 추석을 맞으며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서로 주고받습니다. 과일박스, 멸치, 한우, 참치세트 등 각자 주머니사정에 맞게 선물을 마련합니다.

행사가 끝나면 가족끼리 고스톱을 치거나 영화를 보며 등산도 하고 가까운 곳에서 쇼핑도 즐깁니다. 요즘은 미리 벌초를 하고 차례를 간소하게 지낸 후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왜냐면 보통 주말을 포함해 5-7일을 쉬기 때문에 황금연휴여서 이를 더 즐겁게 뜻 깊게 보내고 싶어서죠. 어떤 때는 수십, 수백만 명이 인천공항을 하루에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추석명절은 민족최대의 명절이기도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좀 고단한 날이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들이 그렇죠. 차례 상에 최고의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음식들을 놓아야 하고, 또 모이는 일가족, 친인척들을 위해 몇 끼의 식사를 대접해야 하니 명절이 지나면 그 중후군 으로 앓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고부갈등에, 시집은 언제 가냐, 애는 언제 낳느냐, 취직은 언제 하냐 등 부모님들과 일가족들의 잔소리로 가정불화가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명절이후 이혼율까지 높아진다고 하겠습니까.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니 어디나 이론 고충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추석을 포함해 민속명절들을 봉건잔재, 즉 우리식 사회주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967년 5월에 폐지했습니다. 그러다 1988년부터 다시 부활시켰는데요, 서울에서처럼 며칠 쉬지 않고 당일 하루만 쉬고 있죠.

추석명절 부활은 1972년 남북대화를 계기로 조상 묘를 찾는 분위기와 재일동포들의 성묘방문에 영항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루 휴식이지만 가족들 또는 친구들끼리 모여 북한사람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주패(카드)를 많이 칩니다. 한때 군인들에게 휴식을 즐기라고 카드를 선물로 모두 돌린 적도 있죠.

가장 유행하는 놀이가 일명 ‘흥수’ 또는 ‘사사끼’라고 하는 놀이입니다. 그리고 ‘사기주’도 유명하죠. 놀이를 하면서 유행하는 언어도 흥미롭습니다. 창은 ‘안전부’, 덧창은 그보다 더 높다는 의미에서 ‘보위부’라고 하죠.

아무쪼록 북한주민들에게도 이날만큼은 행복한 그리고 즐거운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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