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지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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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진원지였던 튀니지의 모습, 반정부 시위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시민들.
'아랍의 봄' 진원지였던 튀니지의 모습, 반정부 시위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시민들.
AP Photo/Anis Ben Ali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재스민혁명’으로 불리는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을 ‘아랍의 겨울’이라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아랍의 봄이 가져온 비극적 후과’라는 제목의 정세해설 기사를 통해 2010년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예멘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이 이 나라들에 종족 간, 교파 간의 유혈적인 분쟁과 무정부주의적인 혼란, 살인과 약탈, 온갖 테러가 판을 치는 냉혹한 겨울을 몰아왔다’고 소개했죠.

그러면서 ‘지난시기 서방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예속시키고 자원을 약탈할 음흉한 목적 밑에 불순세력들을 부추겨 이 나라들에서 반정부 소요를 일으키게 했다. 그들을 민주주의 세력으로 둔갑시키고 무기와 자금까지 대주면서 테러를 비롯한 범죄행위들을 저지르도록 내몰았다’고 서방을 비난했습니다.

‘그리고는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난 듯이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결과 이 나라들에서는 정권붕괴라는 비극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되었으며, 오늘과 같은 참상이 빚어지게 되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물론 이 혁명의 결과로 튀니지를 제외하고는 장기 독재정권 종식을 이끌어 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많은 나라들에서 혼란과 경제의 쇠퇴, 사회불안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을 ‘아랍의 겨울’(Arab Winter)로 부르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 혁명의 의미에 대해선 앞으로 역사가 더 평가할 것이고, 아직까지 해당 지역의 민주화와 경제발전, 사회 안정이 이상적으로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독재정권을 시민들의 힘과 혁명으로 종식시켰고, 또 이것이 SNS라는 현대기술발전으로 가능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북한에서도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손전화기, 타치폰의 보급과 확대로 많은 사회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당 간부들도 삼성핸드폰을 자랑스럽게 들고 다니고 보위원들도 남한 핸드폰을 선호하죠. 각종 게임, 사진 찍기, 문자발송 등 초보적인 네트워킹도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장사꾼들은 물건 가격과 시장 환율을 옛날보다 훨씬 빨리, 또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죠. 그리고 정보교환도 아주 빨리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평천구역 안산동에서 일어난 인민보안성 건설 23층 아파트가 붕괴됐을 때 관련 간부들, 친지들의 손전화에 불이 났다면서요. 저저마다 가족들이 자기 자식, 친지들은 무사한지 알려고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이 당시 붕괴사고에 대해 주민들 앞에서 공개사과하고 이 사진을 신문에 까지 낸 것은 손전화기라고 하는 새로운 통신 수단, SNS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사건을 조작하거나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정보가 빨리 유포된다는 얘기죠.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주민들의 당에 대한 충성심도 많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오청성의 일본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북한청장년 80% 정도는 정치에 관심 없고 충성심도 없다고 진술했죠.

그래서 아마도 이런 은어도 생긴가 봅니다. ‘물안지.’ 뇌물, 안면, 당의 지시의 약어죠. 이 순서가 사람들이 슬기롭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중요도라고 합니다.

앞으로 북한이 무시하려고 하는 ‘아랍의 봄’, 당국이 두려워하는 IT기술, SNS기능이 확산될수록 이 물안지 현상도 더 늘어나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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