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왕의 행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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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설날 풍경.
북한의 설날 풍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서울에서는 민족대이동을 동반한 음력설 연휴가 한창입니다. 수천만 명이 부모, 가족방문을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해 대이동을 하고 또 5일간이라는 긴 명절을 활용해 해외여행도 많이 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인천공항 하루 이용객이 20만 명을 돌파했으며, 앞으로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북한에서도 부활시킨 음력설을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쇠기 시작했죠. 양력ㆍ음력설은 추석, 정월대보름, 청명절 등과 함께 민속명절로 분류됩니다.

춘제, 춘절이라고 불리는 중국에서의 음력설은 훨씬 더 요란합니다. 전국적으로 30억 명의 민족대이동이 일어나고, 휴일도 어떤 데는 40일간이나 이어집니다. 옛날에 교통운수가 발달하기 전에는 보름동안 집에 갔다 보름동안 되돌아오는 것이 보통인 사람들도 많았죠.

중국과 남한, 북한에서 모두 음력설을 성대하게 쇠고 있는 와중에 북한에서는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공연단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설을 앞둔 3일 저녁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친선예술단의 지난달 중국 공연 전체를 주민들에게 녹화 방영했죠. 무려 1시간 30분 동안요.

공연 첫 곡은 ‘조중친선은 영원하리라’였죠. 여기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중국 선대 지도자들과 교류하는 모습, 김정은의 1-4차까지의 방중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이어 중국과 북한 노래, 탭댄스와 가야금, 관현악 공연 등 다양한 종목들이 선보였죠.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여사의 대표곡인 ‘희망의 들판에 서서’도 북한제목 ‘희망에 찬 전야에서’로 표기돼 북한 가수들이 불렀습니다.

베이징 현지에서는 북한 주재원들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방문을 ‘소왕의 행차’라고 불렀다면서요.

북한주민들은 주패(카드)놀이를 좋아하죠. ‘소왕’은 이 놀이에서 ‘따왕’ 다음으로 센 조커카드입니다. 즉, 현송월의 위상을 김정은 다음의 위상에 빗대 표현했다고 봐야죠.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북한주재원들이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3년 전 현송월이 이끄는 예술단이 당시 중국공연을 몇 시간 앞두고 공연내용과 관련한 중국당국과의 마찰로 전격 철수한 사건도 있었죠. 그리고 작년 남한 평창에서 있은 동계올림픽 당시 서울방문과 공연 등 북한의 중요한 대외, 대남 정치일정에서 현송월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김정은의 그에 대한 신임이 각별하기 때문에 ‘소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가 봅니다.

그의 위상은 2017년에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데서도 확인할 수 있죠. 아마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다음으로 나이가 제일 어린 당 중앙위 집행부 성원일겁니다. 그리고 예술단 단장으로서 당 집행부에 뽑히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죠.

‘소왕’의 행차든 ‘따왕’의 행차든 앞으로 더 많아져 북중관계, 남북관계가 더 활발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영구적인 평화에 크게 기여하기를 음력설을 맞으며 기원해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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