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농사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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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
서울 시내 한 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한에서는 현재 저출산, 고령화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되고 있죠. 500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10년 뒤 남한이 안고 있을 가장 큰 도전으로 이 문제가 우선으로 뽑혔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냐면 인구가 현재의 수준이라도 유지하려면 가구당 평균 2.1 명은 낳아야 하는데 지금 1명도 안 돼는 0.98명이라네요.

앞으로 이와 같은 추세를 막지 못하면 100년 뒤 남한의 인구는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지금의 5170만 명에서 2029년부터 감소로 돌아서 2067년에는 1982년 수준의 3929만 명까지 떨어지고 2098년에는 2559만 명까지 줄어들어 절반수준이 된 다네요.

과거 정부의 출산정책과 관련해 재미있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 1950년대 출산장려 때의 일입니다. 1960년대에는 ‘3·3·35운동’이 있었습니다. ‘3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 출산을 장려는 하지만 구태여 많이 낳을 필요는 없다로 들리는군요.

1970년대부터 산아 제한이 시작됩니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그러나 90년대부터 그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아들 바람 부모 세대, 짝꿍 없는 우리 세대.’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

지금은 정부를 포함해서 지자체 등 모든 힘을 쏟아 부어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좀처럼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 사는 북한에서도 속도는 좀 느리지만 이것은 예외가 아닙니다. 벌써 몇 년째 북한도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1975~1980년 이후 합계출산율을 2명대 유지해오다 2015부터는 1.94명으로 이미 1명대에 진입했죠.

북한과 비슷한 경제 규모의 국가 합계 출산율이 평균 4.7명인데 비하면 아주 이례적으로 낮은 수치라고 합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서도 자료를 내놓았죠. 이에 따르면 현재 북한 인구증가율은 아시아 평균의 절반 수준이라고 하죠. 2010년 이후 인구 연평균 증가율이 0.5%로 같은 시기 전 세계 평균 1.2%의 절반 이하라고 합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균 1%의 절반 수준이기도 합니다.

저출산은 곧 사회의 고령화를 촉발합니다. 이는 세대간, 계층 간 사회적 갈등의 요소로도 되죠.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세대들은 ‘우리 부모님들은 국정가격으로 우릴 키웠지만 우리는 야매가격, 시장가격으로 그분들을 모셔야 한다’고 불만이라면서요.

출산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자연현상이라 이와 관련된 유머도 많이 낳았습니다. ‘또 딸’, ‘후남이’, ‘구들농사’ 등요.

주민들이 지금까지는 농담으로, 우스갯소리로 해오던 ‘구들농사’, 이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불투명해지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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