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명절용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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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대 국영백화점인 평양 제1백화점 내부 모습. 여성들이 백화점 식품매대,의류, 가구매장 등을 둘러보고 있다.
북한 최대 국영백화점인 평양 제1백화점 내부 모습. 여성들이 백화점 식품매대,의류, 가구매장 등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 집권해인 2012년부터 북한이 사들인 사치품 액수가 40억달러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네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에 따라 국제사회가 대북 반출을 제한한 사치품 목록을 중국해관 무역통계와 비교한 분석결과입니다.

심지어 연이은 핵, 미사일 실험으로 본격적인 대북제재가 가해졌던 작년에도 무려 6억 4,078만달러에 달하는 사치품을 구입했답니다. 이 금액으로는 현재 북한이 부족해 하는 식량 80만t의 2배인 160만t을 구매할 수 있다네요.

수입 사치품목으로는 자동차, 시계, 귀금속, 전자기기, 화장품, 주류, 모피, 양탄자 등입니다.

아마도 엘리트계층의 호화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외화백화점, 외화상점용 제품들인 것 같고, 또 고위간부들에게 줄 선물용인가 봅니다.

얼마 전 여러 행사를 통해 알려진 김정은의 호화 방탄 벤츠와 롤스로이스 차 구입비도 여기에 포함됐겠죠. 또 고급 수입악기들은 현재 김정은 우상화의 첨병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란봉악단과 삼지연관현악단에 체제선전용으로 보급됐을 겁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촘촘한 대북제재 결의를 발의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치품이 아직도 북한에 수출된다니 대북제재 그물망이 허술하긴 허술한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1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는 최근에 제재관련 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에 보석과 시계 등 사치품을 납품한 업자, 기업들을 재판에 넘기고 기소했는데요, 자국민 1명, 북한인 1명, 업체 3개가 대상입니다.

기업은 SCN싱가포르, 로리치인터내셔널, 북한 무역회사 신덕무역인데요, 싱가포르인 총 씨는 2010년 12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이들 기업을 통해 모두 43차례에 걸쳐 북한에 사치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향수와 화장품, 보석류, 시계 등을 거래했네요.

싱가포르 경찰은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싱가포르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고, 이를 완전하고 충실하게 이행한다.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어려운 삶을 보내고 있는데 북한 당국은 엘리트 소비를 위해, 특권적 지위를 위해 아직도 그 많은 사치품을 수입하고 있다니, 언제면 진정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 민심은 천심이라는 정치가 현실에서 실행될까요?

북한주민들에게는 사실 전기도 사치이죠. 하도 전기가 귀해 ‘전기는 명절용’이라고 합니다. 명절에도 24시간 공급이 안 되죠. 그래서 요즘 국경지역이나 많은 주민들이 중국에서 수입한 태양열 전지판으로 전기를 자체 충당한다고 합니다. 물론 출력이나 불 밝기가 충분치는 않지만 명절용 국가공급만 기다리다가는 영원히 암흑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요.

북한의 비핵화에 속도가 붙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완성되면서 북한에서도 특권층만을 위한 외화폭식보다는 전체 주민들을 살리는 쌀, 물, 불을 해결하는 정치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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