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국정가격은 왕가물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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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일을 하고 있다.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북제재 압박이 증가하고 있고 또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 당국이 자국민 1명, 북한인 1명, 기업 3곳을 대북제재를 어기고 불법거래를 해왔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기고 기소하더니 미국이 직접 나서 싱가포르인과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했습니다. 심지어 미 연방수사국이 수배령까지 내렸습니다.

미국의 올해 대북제재는 횟수로는 지난해 핵문제로 가장 긴장이 격화됐던 시기를 넘어섰습니다. 또한 미 국무부는 올해 해상 불법 환적으로 북한선박에 정제유를 공급하는 현장사진을 9장 공개하기도 했죠. 유럽연합은 이에 가세해 북한선박 3척의 입항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방문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여론도 증폭되고 있죠.

최근 유럽의회는 북한을 '국가의 사상과 개인 숭배에 반하는 어떤 신앙 표현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세계 최악의 종교 자유 침해국'으로 지목했습니다.

중국, 이란,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11국이 최악의 종교 자유 침해국으로 지목됐는데요, 종교의 자유 침해 정도를 10점으로 했을 때, 북한은 10점으로 가장 심각한 수준이랍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대북제재 통제가 점점 더 느슨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북중국경도시인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제약 및 의류공장에 북한 노동자가 여전히 2천여 명 일하고 있으며, 수시로 노동자들이 해당 지역에 신규 유입되고 잇다네요.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에 따르면 북한노동자 신규 고용은 금지되어 있으며 파견된 근로자들은 2019년까지 모두 귀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북제재로 수입이 완전히 금지된 북한산 수산물들이 밀수입으로 꾸준히 재래시장으로 유입돼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라진항을 통해 들어오는 게가 인기가 많답니다.

북한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면서 이런 말을 유행시켰죠. ‘지금부터 도덕과 국정가격에는 왕가물이 들었다.’ 북한당국이 유치원시절부터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세뇌시키던 ‘공산주의 도덕’, ‘나라에는 충성동이, 부모에겐 효자동이’ 원리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거죠.

또한 시장과 장사가 유행하면서 국정가격도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식량을 포함해 모든 상품과 재화가 달러와 시장시세로 가격이 결정됐고 주민들은 담배나 술, 신발 같은 현금성이 높은 물건이 생기면 모두 장마당 가격으로 팔고 사기 시작했죠.

지금은 북한에 400개가 넘는 공식 장마당이 생겼고 이는 더 확산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당국과 계획경제도 이제는 오히려 시장에 기생해, 시장을 활용해 국가재원을 확충하고 생산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마도 이 덕분 때문일까요? 대북제재, 압박이 사상 최강으로 가해져도 쌀값, 시장 환율의 기준으로는 아직까지 북한경제 전반이 끄떡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왕가물 난 도덕과 국정가격, 개인주의는 이제는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독에서 경제와 시장을 지탱하는 ‘약’으로 작용하는 형국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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