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데꼬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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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남한 관광객이 개성에서 커피를 사며 1달러 짜리 지폐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남한 관광객이 개성에서 커피를 사며 1달러 짜리 지폐를 지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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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는 현재 외화선호현상,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이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라이제이션이란 높은 인플레이션, 몰수 형 화폐개혁의 실패, 자국화폐가치의 하락과 신뢰 상실, 외환통제시스템의 붕괴, 장기적인 경제침체의 원인으로 달러나 외화가 자국화폐를 대신해 사용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국제통화기금은 총통화 대비 외화예금의 비중, 즉 달러라이제이션 지수가 30% 이상이면 그 경제를 ‘달러화경제’라고 정의하는데요, 북한은 주민들이 은행거래를 기피해 외화예금을 전혀 하지 않아 예금기준으로는 달러화 경제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지만 실제로는 그 수준이 매우 심각합니다.

대략적인 추정만으로도 현재 북한의 통화대체는 2010-2014 평균 43%에서 64%까지 상승하였고, 자산대체는 약 90%를 상회한 다네요. 주민들 거의 대부분이 자산축적의 수단으로 미 달러, 외화만 사용하고 있고 장마당을 포함한 대부분의 상품거래도 외화로 한다는 얘기죠.

심지어 장마당에서 북한 돈 쓰기가 창피하고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외화선호 분포도 다양성을 보이고 있죠. 량강도나 평안북도, 함경북도 등 국경지역에서는 미 달러 외에 중국 위안화가 많이 통용되고 있고 황해도나 개성시, 강원도에서는 미 달러화가 절대적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평양에서는 달러, 위안화, 엔, 유로 등 닥치는 대로 다 사용가능하죠. 홍콩달러, 프랑, 호주달러도 쓸 수 있습니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운영 시에는 남조선 돈도 많이 받았죠.

중앙당 간부들에 대한 뇌물 액수도 훨씬 뛰어 올랐다고 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외 파견, 고위급 간부 승진, 좋은 직장 진입, 자식들 문제 해결 등에 최고 2000-3000달러 정도면 뇌물이 통했는데 지금은 10배정도 가격이 뛰어 1만-2만 달러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부동산 가격도 10배정도 뛰었죠. 평양시 제일 좋은 위치, 최고급 아파트가 불과 10여년 전에는 3만 달러 정도 했는데, 지금은 20만-30만 달러 한다면서요.

그리고 일명 ‘돈데꼬’라고 불리는 돈 장사꾼들, 외환거래꾼들의 유통량, 외화보유량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과거 무역일군들이 최고로 20만-30만 달러 벌기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백만장자들이 넘쳐난다고 하네요. 창광유치원 원장 집을 가택 수색하니까 수십만 달러가 나오는 지경이라면서요.

과거나 현재나 달러화경제 사례들을 보면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대표적으로 베네수엘라를 지금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사회주의, 복지 포퓰리즘을 표방하면서 좌파정권이 시장에 지속 개입한 결과 남미의 최대 원유부국으로 꼽히던 베네수엘라는 현재 최악의 경제파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10%인 300만 명이 정치, 경제적 난국을 피해 나라를 탈출했고, 지난 12개월간 소비자물가는 83만%나 상승했습니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나빠져 1000만%라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하네요. 지금 자국화폐가치가 얼마나 하락했는지 돈을 휴지처럼 쓰고, 종이보다 싸고, 또 돈으로 공예품을 만들어 팔기까지 합니다.

북한에는 ‘경제적 예속은 곧 정치적 예속이다’라는 말이 있죠? 정치강국, 사상강국, 군사강국을 요란하게 떠들고 있지만 사실은 돈데꼬들만 살판치고, 경제는 달러와 외화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오늘의 북한 현실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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