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숭늉 찾기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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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지난 1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4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 중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지난 1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4일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 중이다.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도 보도된바와 같이 외무상 리용호가 베트남을 방문하였습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서는 베트남의 개혁개방정책인 ‘도이머이’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고 알려졌는데요,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는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도이머이’란 베트남어로 쇄신이란 뜻인데요,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6년 베트남 공산당은 당 대회에서 토지의 국가소유와 공산당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정책을 채택하였습니다.

당시 중국은 벌써 ‘흑묘백묘’론을 내세워 덩샤오핑의 지도하에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했었고, 구소련은 1985년 고르바초프의 결단으로 페레스트로이카를 도입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고질적인 사회주의 경제의 병폐 때문에 1986년 베트남의 물가상승률은 450%에 달했었죠. 베트남은 빠르게 배급제를 폐지하고 농업개혁을 단행하였으며, 가격자유화, 금융개혁, 국영기업 민영화, 시장개방, 외국인투자 유치조치를 취했습니다.

또한 여러 수출가공구를 설립하고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중심의 수출산업도 육성하였으며, 해외공적자금을 도입해 지난 30년간 연평균 6-7%의 고도성장을 이룩하였고, 결과 지금은 국민소득이 2,340달러인 중진국으로 도약했습니다. 한해 수출규모는 벌써 2,100억 달러를 넘어 브라질, 호주와 비슷한 수출 강국으로 자랐습니다.

수출산업육성과 함께 베트남은 개혁개방 후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국가로 빠르게 변모해 왔습니다. 사실 연평균 성장률이 1%대도 안 되는 북한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거죠.

북한도 사실 동구권사회주의 나라들의 개혁개방 흐름에 손 놓고 가만히 있은 것이 아닙니다. 1980년대 말부터 라진선봉지구를 경제특구로 정하고 각종 외국인투자법을 비롯해 제도정비를 했었죠.

그리고 신의주를 중국계 네덜란드인인 양빈을 장관으로 앉혀 본격적인 개발도 시도했습니다. 많은 젊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을 상무 조에 편입시켜 홍콩, 중국 여러 지역을 경제시찰단으로 내보내 돌아보게 하고 연구도 시켰죠.

다만 당시에 당국이 요구했던 것은 사회주의원칙을 지키면서 뭔가 뾰족한 수를 찾으라는 것이었습니다. 2002년에는 월급과 환율을 대폭인상하고 우리식 사회주의경제관리체계라는 공격적인 개혁조치도 단행했었죠.

그러나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원인은 사회주의를 지키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죠.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의 전 인민적 소유, 분배의 평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도입하려면 기본적으로 재산권, 소유권이 인정 돼야 하고 소득에서 이윤창출에 따르는 인센티브가 보장돼야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여기에 동원됐던 사람들이 이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 숭늉을 찾으라는 것이다’라고 불평불만을 했겠습니까.

북한이 진정으로 베트남식이든 중국식이든 또는 쿠바식이든 개혁개방에서 성공하려면 노동당체제 유지를 고수하더라도 경제만큼은 개인소유권, 일부 생산수단의 사적소유, 금융시장의 개방, 이윤창출에 따르는 소득이 보장돼야 이들 나라들에서의 개혁개방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겁니다.

, 바다가 아니라 우물가에서라도 숭늉을 만들어 보는 거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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