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에서 왔시요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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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사 본관.
조선노동당사 본관.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연말시한이 가까워 오면서 한반도, 특히 북한을 둘러싼 이슈들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새로운 시험들을 성공했다고 반복해서 발표하는가 하면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연일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곧 북한에서 예고한 노동당전원회의도 열릴 것이고, 북한의 새로운 길이 어떤 길인지 윤곽이 드러날 예정입니다. 아마도 미국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개발, 핵실험재개 정도의 도발이 예상됩니다.

또한 유엔안보리결의에 따라 연말까지 해외에 파견된 북한근로자들이 전부 송환될 예정입니다. 북한에 유화적인 러시아도 모두 송환한다고 하네요. 북한근로자들이 없으면 블라디보스토크 정기항로도 폐쇄될 것이라고 하죠.

물론 학생비자, 여행비자 등 편법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에 일부 근로자들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도 참 시끄러운, 눈감고 아웅 하는 격이라 대국들이 체면을 많이 구겨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북한지도부에 막대한 외화를 벌어다 주는 해외파견 근로자들이 모두 철수할 경우 그야말로 북한당국에는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 일반주민들은 당국이 외화를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이를 어떻게 납부하고 관리되고 또 지출되는지 대부분 모릅니다. 39호실 등 특수단위들과 은행들이 비밀리에 관리하기 때문에, 그리고 철저히 극비에 부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죠.

그저 순수하게, 순박하게 당 자금, 충성의 외화벌이 명목으로 외화를 갖다 바치는데 만 습관 되어 있습니다.

북한지도부에 해마다 2천만 달러씩 혁명자금을 조달하는 대외보험총국에서는 외화와 관련된 이런 사건도 있었습니다.

김정일생일 2월 16일을 계기로 혁명자금을 생일선물로 바치고 그에 걸맞은 대가, 선물을 받는 자금흐름을 일정정도 아는 당 재정경리부 간부의 아들이 어느 날 벤츠를 타고 대외보험총국에 찾아왔습니다.

3층에서 왔다고 사기를 쳤죠. 3층이라면 김정일 노동당집무실을 의미합니다. 당시 총국 초급당비서는 거의 버선발로 뛰쳐나와 그를 맞이했죠.

올해도 과제수행을 100% 하느라 수고했다, 당에서 선물을 주려고 한다, 그러니 현금이 필요하다, 이런 사기에 총국 당 비서는 깜빡 속아 넘어갔습니다. 그의 요구에 동북아시아은행에서 새 돈 2만 달러를 인출하게 됐죠.

사기가 밝혀지면서 사태가 심각해져 전국에 수사포치가 내려갔습니다. 커피를 대접한 행정국 아가씨의 증언에 의거해 몽타주가 그려졌고 결국 범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에도 걸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가 잡힌 것은 장마당에 나가 북한원으로 교환한 100달러 지폐 때문입니다. 3층에서 요구한다고 새 돈으로 인출을 했는데 결국 연 번호를 시장에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는 사기한 그 돈으로 외화상점에서 신발을 샀고 얼마 쓰지도 못하고 결국 잡히고 말았습니다. 수사과정에 무서워 돈을 모두 태워버렸다고 자백하기도 했죠. 그래서 은행에서 돈을 태워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최고 존엄, 3층을 사칭해 잡힌 그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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