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북한 장마당 여성, 성폭력에 무방비”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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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소문로 휴먼라이츠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소문로 휴먼라이츠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북한 관련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 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윤수련) 보안원이 저를 성폭행하려 할 때, 말도 없이 다짜고자 자기 바지를 벗더라고요. 어디론가 피할 곳이, 뛸 데가 없는 거예요. 이 상황을 피하면, 나한테 어떤 죄가 어떻게 돌아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고, 그러다 보니까 당하고 말았어요.

2014년에 탈북한 윤수련 씨 (가명)가 휴먼라이츠워치에 밝힌 증언 들으셨는데요, 윤 씨는 국경을 넘다 발각돼 도망 다니다 보위부에 자수했지만 선처는커녕 오히려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기자회견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이유 없이 밤에 눈물이 나요: 북한의 성폭력 실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윤 씨처럼 많은 북한 여성이 정부 관리에 의한 성폭력에 시달리지만 사법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어 침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폭력은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합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2015년 1월부터 지난 7월까지 탈북자106명을 상대로 한 면담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이 중 57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후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장마당에서 생계를 꾸리는 기혼 여성들이 단속과 감시를 하는 정부 관리의 성폭력 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점입니다. 면담 대상 중 장사 경험이 있는 여성 21명은 여러 지역을 이동하면서 보안원을 비롯한 관리들로부터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탈북자 박솔단 씨 (가명)가 휴먼라이츠워치에 밝힌 말입니다.

(박솔단) 보안원들이 단속해서 곱게 생긴 여자한테 트집을 걸면, 증명서가 있고 통행증이 있고 신분증이 있어도 ‘너 증명서가 왜…’ ‘너 왜 이거 잘못됐어’ 하면 그 보안원 하나 몸 주는 거 뭐… 항명이고 뭐고 어떻게 할 수 없다 이 말입니다.

성폭력 가해자로는 고위 당 간부, 구금 시설의 감시원과 심문관, 보안성과 보위성 관리, 검사, 군인 등이 꼽혔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낙인과 보복에 대해 두려움과 구제책의 부재로 피해를 신고하는 여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탈북여성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의 이소연 대표가 휴먼라이츠워치의 관련 동영상에 나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소연) 북한 내에서의 처벌이 제일 작게 본다면, 가장 밑에서 본다면, 이 여성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는 거죠. 즉 생산 현장에서 노동을 더 시키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아예 이 여성에게 모든 일을 맡겨버리거나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어떤 정신적 고통을 주냐면 조직이라는 곳에서 감시와 통제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여성들이 여러 면을 생각했을 때 권력자라는 것은 순종하는 게 편하지 않겠느냐...

이와 함께, 뿌리깊은 남녀 불평등과 성교육,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부재가 이런 실상을 부추긴다고 했습니다. 보고서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 중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려고 시도한 경우는 겨우 한 건이었습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케네스 로스) 이런 실태는 북한 정부가 권력자들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데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반영합니다.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로스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간은 북한 정권을 위태롭게 하려는 시도가 아니고 북한 당국에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 문제를 남북 회담에서 다뤄달라고 남한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일부 한국 언론은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는 보고서와 관련해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가 만연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여성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킴으로써 북한에서 벌어지는 여성 학대 문제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 제네바대표부가 보고서 내용을 거부한다면서 진부하고 날조된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대표부는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평화와 화해, 번영, 협력을 불편하게 느끼는, 거짓되고 적대적인 세력의 또 다른 헛된 노력”이라며 “근거 없고 날조된 이야기로 이른바 우리의 ‘인권’ 문제를 제기해 화해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이달부터 미얀마로 귀환합니다.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 대표단은 최근 회담을 열고, 이달 중순부터 로힝야족 귀환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미얀마 라카인주에 사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이 대다수로,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는 무국적자로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로힝야 무장세력이 경찰서를 공격하자 미얀마 군은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진압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살, 성폭력 등의 잔학행위가 이뤄졌고, 로힝야족은 군부의 탄압을 피해 국경이 맞닿은 방글라데시와 인도로 피난했습니다. 로힝야족 난민 수는 지난해에만 7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유엔 미얀마 진상조사단은 미얀마 내 로힝야족에 대한 집단학살이 계속된다고 보고 있어, 예정대로 송환이 시작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조사단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수천 명의 로힝야족이 여전히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탈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얀마를 탈출했던 로힝야족 약 40만명이 최악의 억압 속에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여성에 대해 사형을 집행해 인도네시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투티 투르실라와티는 지난달 말 사우디에서 처형됐습니다. 사우디 당국은 이 여성이 2010년 한 가정집에서 고용주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판단해 사형 선고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해당 여성의 주장은 다릅니다. 가사도우미로 취업한 이 여성은 고용주가 성폭행을 시도해 살해했으며, 이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었습니다. 때문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사우디 외무장관에게 전화해 항의하고, 사전 통보도 없이 사형을 집행한 것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히크마한토 주와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민을 처형하면서도 통보하지 않은 것은 "국제법 개념 위반"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사우디 내 외국인 노동자는 1100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210만 명은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년에만 146명을 처형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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