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 개설 소식을 듣고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8-23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21일 북한 주재 베네수엘라대사관 개관식에서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과 루벤 다리오 몰리나 베네수엘라 외교부 차관이 대사관 현판을 공개하고 있다.
21일 북한 주재 베네수엘라대사관 개관식에서 박명국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과 루벤 다리오 몰리나 베네수엘라 외교부 차관이 대사관 현판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2일 노동신문에 평양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실렸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끼리끼리 논다는 뜻의 ‘유유상종’이란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유유상종은 너무 점잖은 말 같습니다.

수천 년 동안 점잖은 대명사로 알려진 부처님조차 “똥은 똥과 함께 모이고 함께 어울리고, 오줌은 오줌과 함께 모이고 함께 어울리고, 고름은 고름과 함께 모이고 함께 어울린다. 저열한 의향을 가진 중생들은 저열한 의향을 가진 중생들과 함께 모이고 함께 어울린다”라는 정도의 말은 하고 살았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상거지로 유명한 북한과 베네수엘라가 이렇게 서로 대사관을 열며 어울리는 것을 보면 부처님 말씀이 역시 그른 데가 없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 경제가 파탄이 난 베네수엘라 이야기를 이 방송을 통해 들려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베네수엘라를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꽃제비들이 득실거리는 나라, 대통령 월급이 300만 볼리바르인데 이 돈으로는 통조림 한 캔도 살 수 없는 나라라고 했습니다. 작년에는 쌀 1㎏이 22만 볼리바르였는데 올해는 토마토 1개가 100만 볼리바르씩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물가 상승률은 100만%를 기록했습니다.

지금은 지옥이 된 베네수엘라는 1950년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위였던 엄청난 부자 나라였습니다. 그땐 미국 워싱턴보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집값과 물가가 훨씬 비쌌습니다.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39년에 베네수엘라가 미국보다 잘산다는 것을 믿지 못하자 미국 상무부 직원이 “카라카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입니다”라고 시작되는 보고서를 낸 적도 있습니다.

이때 베네수엘라는 석유 대박 덕분에 개도 돈을 물고 다닐 정도로 부자 나라가 됐고 이런 생활이 197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돈을 많이 벌 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산업을 키워 놓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돈이 나오니 정치인들은 “내가 당선되면 국민들에게 돈을 더 많이 나눠 주겠으니 뽑아 주시오”라는 경쟁을 해댔습니다. 그렇게 더 많이 나눠준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돈을 막 뿌려 대니 무지한 국민들은 그런 사람을 김일성만큼이나 숭배를 했습니다.

이런 꼴을 보면서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을 지냈던 유명한 정치인이 경고하기를, “석유는 악마의 똥이다. 석유로 번 돈에 기대어 누구도 일하려 하지 않는다. 두고 봐라. 언젠가 석유는 베네수엘라에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짜 맛에 빠진 국민들의 귀에 그런 말이 들어오겠습니까? 결국 석유 가격이 폭락하자 베네수엘라는 파멸됐습니다. 아직 석유 매장량은 세계 1위인데, 오랫동안 돈을 생산시설을 개조하는 데는 투자하지 않다 보니까 석유 생산 원가가 지금 국제 시세 석유 가격보다 많이 비쌉니다. 석유를 캐서 팔수록 빚을 지는 구조니 석유를 캐지 못합니다. 석유 외에 다른 생산기반도 없어 석유 못 팔면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이 와중에 석유를 판 돈을 국민에게 뿌리며 환심을 샀던 정치인들은 여전히 언론을 통제하며 반대파를 탄압하고 독재를 폅니다. 미국은 법질서와 인권 등이 지켜지지 않는 그런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합니다. 그러자 베네수엘라 통치자들은 못사는 원인을 미국 탓이라고 선동하고 수많은 대중이 그 말에 또 넘어갑니다.

어쩌면 이렇게 북한과 똑 닮았습니까? 북한도 못사는 원인이 미국의 제재라며 선동하고, 북한 인민 중엔 이 말을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공장, 기업소가 다 망한 것이 미국의 제재 때문입니까? 제재가 없었던 1990년대에 이미 공장, 기업소는 다 망했고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감명 깊었던 ‘쉬리’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마 북에도 많이 들어갔다고 하던데, 그 영화를 보면 한국에 침투한 북한 공작원이 자신의 목적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적발될 상황이 되자 이렇게 울부짖습니다. “너희들이 콜라, 햄버거를 먹고 살 때 우리 북녘의 인민들은 못 먹고 병들어서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어. 새파란 우리 인민의 아들딸들이 국경 넘어 매춘부에 그것도 단돈 100달러에 개 팔리듯 팔리고 있어” 이러면서 눈을 부릅뜨고 침을 튀기면서 절규하는데, 저는 그 장면에서 심장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워낙 공작원 역할을 한 사람이 명배우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가 터뜨리는 절규가 제가 하고 싶은 절규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북에서 중국으로 팔려가는 여성들이 거의 없어지긴 했습니다만 아직도 간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 베네수엘라는 지금 한창 공부해야 할 10대 중반 소녀들이 단돈 100달러가 아니라 단돈 7달러에 팬티만 입고 거리에 나와 줄을 서서 몸을 팔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거기 가서 매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수도라도 외국인이 거리에 나가면 몽땅 다 털리고, 어쩌면 목숨도 위험하니 베네수엘라에 가지도 않습니다.

정치인이 공산주의 국가를 만든다며 인민을 향해 사기치고, 이를 통해 자기들만 사는 독재 정권과 지옥의 문을 연 곳-베네수엘라와 북한이 친해진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개가 돈을 물고 다니던 1950년대 한국은 세계 최빈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경제 10위권대 국가가 됐습니다. 남쪽은 미국과 딱 친구가 된 것이 경제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도 빨리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야 만이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독재국가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선진국의 경멸의 대상이자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와 손을 잡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것을 보고 저 김정은은 끝내 정신 차리지 못하고 망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