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달러 주머니만 비운 양덕 휴양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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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온천문화휴양지가 운영을 시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온천문화휴양지가 운영을 시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노동신문을 보니 평남 양덕온천문화휴양지가 공식 운영을 시작했다면서 엄청 홍보 기사를 크게 냈더군요. 김정은이 온천물로 닭알을 삶는 시간까지 측정해가면서 ‘닭알 삶는 터’까지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혁명일화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참 대단한 지도자군요.

아무튼 신문에 나온 양덕 휴양자를 보니 온천도 하고 스키도 탈 수 있게 만들어놓았던데, 북한의 시설물임에도 불구하고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키를 타는 것도 온천 같은 뜨거운 물에 들어가 있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저긴 한번 놀려가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사실 한국도 온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겨울에 그런데 놀려 가본적은 없습니다. 바쁘게 사는 것도 있지만, 다른 놀거리들 많은데 굳이 갈 필요를 못 느낍니다.

한국 사람들은 온천 하면 일본을 먼저 떠올립니다. 화산의 나라답게 일본은 참 괜찮은 온천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비행기 타면 한 시간 반이면 가고, 그리 비싸지도 않아 대다수 가정들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일본 후쿠오카 온천에는 한번 가봤는데,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그렇게 좋고 하진 않았습니다.

요즘엔 일본의 유명 온천지들이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엔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 가서 즐겼는데, 작년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져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놀려가지 않습니다. 일본 제품도 사지 않고, 놀려도 가지 않고 하니 한국인들로부터 돈을 벌던 온천들이 장사가 되지 않아 파리만 날리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지 않아서 한국과 일본 오가는 비행기들도 텅텅 비어 다니고, 항공사들은 어떻게 하나 적자에서 벗어나려고 저녁에 술 한 잔 먹을 정도의 싼값의 비행기표를 내놓는데도 한국 사람들이 딱 마음먹으니 가지 않습니다.

일본의 훌륭한 온천에 습관된 한국 사람들도 북에 좋은 온천이 생겼다고 하면 한번쯤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겁니다.

양덕 휴양지가 건설된 것을 보면서 저는 좀 복잡한 심정이 교차했습니다. 당장 먹고 사는 게 어려운 인민들 처지에서 저런 데 가서 노는 것은 사치가 아닌가, 그 외진데 어떻게 갈까. 기차를 타도 맨날 정전인데 저기 놀려가느라 며칠 씩 기차 타는 것도 정상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양에 부유층들이야 차를 내서 놀려 가면 되겠지만, 그들도 길이 나빠서 하루는 꼬박 가야 할 겁니다. 사실 북한에서야 하루 간다는 것이 별 큰일도 아니지만, 여기서 오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10분 만에 내려가 일을 다 보고 저녁에 올라오는 시대를 사는 저로서는 이젠 하루를 간다고 하면 끔찍합니다.

지구 반대편 미국도 비행기 타고 12~13시간이면 가는데, 그 비행기 타는 시간도 너무 지루해서 끔찍합니다. 비행기 타면 좌석에 티비가 다 있고, 최신 영화도 틀어주고 밥도 술도 주는데도 그렇습니다.

아무튼 양덕온천휴양지는 북한의 상황에서 엄청난 사치 같기는 한데, 한편으로 보면 북한에 저런 재미도 없으면 정말 불쌍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돈 좀 벌면 저기로 놀려가야지 이런 꿈 정도는 갖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요즘 북한에서 국책 건설하는 것을 보면 3곳이죠. 삼지연, 양덕, 원산에 관광지 개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거 사실 알고 보면 인민을 위해 건설한 것도 아닙니다. 양덕도 가기 힘든데, 인민들이 삼지연 가서 언제 스키타고 놀고 옵니까. 그럼에도 김정은이가 돈도 없는데 기어코 삼지연, 양덕, 원산에 관광지를 만드는 것은 중국 관광객들을 끌어 들여 돈을 벌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겨울에 삼지연에 와서 스키를 타고, 양덕으로 비행기 타고 건너와서 온천을 하게하며, 여름에는 원산 갈마반도에서 해수욕을 하게 한다는 뜻이죠.

이런 계획은 최근 북한이 처한 상황에서 관광이라도 해서 푼돈 좀 벌겠다는 의도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북한은 사상 최강의 대북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무역이 예전보다 10분의 1로 줄어들고, 해외에 인력을 파견해 돈을 벌어오는 것도 중단됐습니다. 이렇게 달러 주머니가 마르게 되니, 김정은은 고육지책으로 관광 산업을 좀 키워서 중국인들 주머니 털어 위안화 좀 벌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리고 관광은 아직 대북제재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중국도 김정은이 방문했을 때 상황에 따라 관광객 한 100만 명을 보내주겠다고 했나 봅니다. 중국이란 나라도 공산당 독재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사람들 모집해 북에 보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김정은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을 겁니다. 만약에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터주면 미국이 가만있지 않습니다. 당장 중국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 중국이 입을 피해가 막대합니다. 중국이 자국 손해를 감안하면서 관광객을 보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관광객 보내준다 약속했을 때는 “핵을 폐기해 미국과 관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김정은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시 주석도 뿔이 단단히 나 있는 상태이고, 관광객도 보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없는 살림에 돈을 잔뜩 들여 삼지연과 양덕에 관광지는 만들어놨지만, 중국인도 안 오니 결국 건설자 가족이라도 불러 놀게 하는 쇼를 벌여 인민을 위한 지도자인척 하는 겁니다.

불쌍한 건 가뜩이나 돈이 없는데 저렇게 비생산적인 곳에 달러를 쓸어놓고 어떻게 견디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네요. 마식령 스키장 만들 때도 김정은은 계획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거기 파리만 날리고 있죠.

양덕 온천 만들고 김정은은 더욱 쪽박차게 생겼습니다. 그러게 세상만사가 절대 김정은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핵을 쥐고 버티면 결국 북한 체제가 망하는 날이 가까워올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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