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홍수 피해자 숫자 오락가락 하는 이유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6-09-2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함경북도안의 건설자들이 홍수 피해를 입은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에서 복구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이번달 18일 보도했다.
함경북도안의 건설자들이 홍수 피해를 입은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에서 복구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조선중앙TV가 이번달 1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도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가장 큰 생존문제인 홍수피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홍수피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는 표현을 쓰면서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가 발표하는 피해자 숫자는 시간에 따라 늘어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자연재해 보도 방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정영기자, 북한이 홍수지역 인명 피해상황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 발표한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정영: 처음에 두만강 지구 홍수피해지구 인명피해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텔레비전 보도를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북한TV/(8월 31일자): 경흥 292㎜, 부령 275㎜, 나선 241㎜, 경성 187㎜를 비롯해 함경북도 지방과 양강도의 일부 지역에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북한은 이때까지만 해도 인명피해가 얼마나 났는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방송을 비롯한 대북 매체들이 내부 주민들을 취재해 홍수 보도를 대대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에 북한은 유엔을 통해 “사망자는 10명, 1만 여 채의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다가 6일에는 “큰물로 60명이 사망하고 25명이 행방불명 되였다”고 숫자를 정정했습니다. 하지만, 12일 자유아시아방송이 탈북자 단체 대표를 통해 취재한 결과, “두만강이 범람해 회령시 강안동에서만 200여명이 숨졌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 탈북자 단체 대표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김동남 대표: (강안동)그 동네에 400~500세대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곳 집을 100% 다 밀었어요. 거기 집을 하나도 건진 게 없어요. 죽은 사람에 대해 어제 그제 내가 물어보니까 200명 가량 실종되었거나 사망했대요.

이후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기관은 “북한 당국이 사망자 133명, 실종자 395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중앙 통신은 9월 14일 최종 인명피해 숫자와 피해 규모를 정리해서 발표했는데요. “8월 29일부터 9월 2일 사이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으로 인한 큰물(홍수) 피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면서 “사망자와 행방 불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는 수백 명에 달하며, 6만 8천900여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이번에는 숫자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수백 명이라고 했군요. 그런데 실제 이번 홍수 피해자는 몇 명이나 됩니까,

정영: 당초 북한은 수해 사실을 꽁꽁 숨기고 있다가, 지금은 오히려 과장한다는 의심을 받을 만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는 “큰물 피해는 해방 후 대 재앙”이라고 했습니다. 1945년 8월 15일부터 지금까지 70년만에 최악이었다는 소립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추가로 취재한 데 따르면 사망자와 실종자는 1천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최민석: 북한이 발표한 것 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수인데요, 왜 이렇게 인명피해가 많이 났을까요?

정영: 왜냐면 두만강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실종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두만강이 범람한 것은 8월 30일 밤 9시경이었다고 합니다. 회령 주민들에 따르면 밤 9시쯤에 산더미 같은 물이 강안동 마을을 덮쳤는데, 회령 주민들은 “또 서두수 발전소 갑문을 열었구나”하고 짐작했다고 합니다.

서두수 발전소는 원래 두만강으로 흐르던 물을 언제를 쌓아 막고, 그 물을 함경북도 청진방향으로 떨구어 전기를 생산하는 유역변경식 수력 발전소입니다. 이 발전소 물길굴 터널 높이는 10m, 너비는 18m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쪽으로 빠지는 물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두만강 쪽 수문을 연다고 합니다.

이번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북한이 댐 붕괴를 우려해 서두수 수문을 개방하면서 수십억 입방의 물이 두만강으로 쏟아져 무산군, 회령시, 온성군, 경원군, 은덕군 지구를 쓸었는데요,

두만강은 물매가 급해 물이 갑자기 불어나는 경우는 적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두수 발전소를 갑자기 개방하면 4~5시간 동안 큰 물이 덮친다는 거죠.

인공위성이 찍은 구글 지도로 살펴보니 서두수 옆에는 많은 집들이 있었습니다. 두만강 옆에도 단층집들이 다닥다닥 있었는데요. 온성군 남양구 아파트는 3층까지 물이 잠겼다고 합니다. 약 10m이상 물이 불었다는 겁니다. 밤 9시면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자야 하는 시간인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게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북한이 서두수 발전소 물을 무단 방류하면서 생긴 인재로군요. 그런데 왜 북한이 인명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을까요?

정영: 북한은 자연재해 사실을 공개할 때 조심하는 게 있습니다. 재산피해 규모는 크게 보도하되, 인명피해 숫자는 줄인다는 겁니다. 왜냐면 재산피해를 크게 해야 외부에서 지원이 크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명 피해 숫자를 제대로 보도하면, 북한 정권에 대한 책임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고 하면, 첫째 발전소 수문을 왜 주민들에게 예고도 하지 않고 무단 방류했는가,

둘째로, 자연재해 대책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났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환경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도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인명피해 숫자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민석: 한국에서 그렇게 숨겼다가는 큰 일 나지요. 혹시 북한이 아직 인명피해 통계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정영: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철저한 중앙집권적 조직사회입니다. 중앙과 도, 군, 리 단위까지 정연한 지휘와 통보체계를 세우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홍수피해 숫자를 올려오라고 하면, 아래 단위에서는 바로 올려 보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북한은 피해숫자를 숨기려 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최민석: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홍수에 쓸려간 집과 물에 잠긴 아파트만 봐도 대충 많은 사람들이 빠져 나오지 못했을 것이란 짐작이 갔습니다.

홍수피해 숫자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북한 언론의 태도만 봐도 북한 언론이 얼마나 객관성과 정확성이 보장되지 않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다음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