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해상사고 없다더니 웬 어민 표창?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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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폐목선이 지난 3월 22일 충남 서산 대산지역 바닷가에 떠밀려와 있다.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폐목선이 지난 3월 22일 충남 서산 대산지역 바닷가에 떠밀려와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북 매체, 풍랑 속에서 김 부자 초상화 지킨 선장 등 8명 표창 보도
- 북 어민들 김 부자 초상화 목숨 걸고 반드시 지켜야
- 일주일 전 북한 보험회사 “해상사고 기록 특별히 없다”주장
- 김 부자 초상화 없는 어선 실종 신고 명단에도 없어
- 일본 러시아 등 연해에 떠내려간 북한 어선 수두룩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지난 달 말에 “해상사고 기록이 특별히 없다”고 주장했던 북한이 이번 달 6월 7일에는 ‘70일 전투’기간 강풍 속에서 어로작업을 하던 선장 등 어민 8명이 배가 침몰하는 위급한 순간에도 ‘수령결사 옹위 정신’으로 초상화를 지키고 숨져 이들에게 높은 국가표창이 수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북한어선 수십 척이 난파되어 일본 해안까지 떠내려왔을 때도 해상사고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이번에는 수령의 초상화를 안전하게 보호했다고 사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상 북한 매체의 2중 보도 행태를 뒤집어보겠습니다.

최민석: 자, 어떤 때는 해상사고가 없다고 하고 또 어떤 때는 있다고 하는 북한 매체의 2중적인 보도 행태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기자, 먼저 관련 내용을 소개해주시죠.

정영: 조선중앙통신은7일 “평안남도 수산관리국 가마포 수산사업소 2선단 1728호 선원들에게 국가표창이 수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들어보면 이 1728호는 어선인데요, 이 배는 지난 3월 9일 고기잡이 나갔다가 풍랑을 만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배가 침몰되는 그 순간에도 이 배의 선장 홍성관을 비롯한 8명의 선원들은 자기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시고 장렬하게 최후를 마쳤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고기 잡으러 나갔던 배가 풍랑을 만나 가라앉게 되자, 선원들이 자기 목숨보다도 초상화를 안전하게 건사했다는 소린데, 어떻게 안전하게 지켰다는 겁니까?

정영: 북한에서는 어로공(어민)들에게 이렇게 교양합니다. 만일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거나 사고를 당해 침몰될 경우에는 수령님의 초상화를 비닐에 꽁꽁 싸서 습기가 들지 않게 하고 품속에 안고 바다에 뛰어들라고 교양합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에는 작은 배에도 김부자 초상화가 있나요?

정영: 아주 매생이 같은 즉, 유개가 없는 쪽배에는 김부자 초상화를 걸 수 없지요. 하지만, 수십톤급 이상 고깃 배에는 학습장 크기만한 초상화를 겁니다.

북한엔 어딜 가나 김부자 초상화가 있습니다. 가정집은 물론 학교 교실이나 사무실, 배, 갱도 안에도 초상화가 있습니다. 언제나 김부자 만을 바라보면서 충성하라는 소린데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초상화 때문에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하는 그야말로 북한의 한 역사입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정치범 수용소에 간 사람들은 초상화를 못 지킨 사람이겠군요.

정영: 초상화를 닦다가 떨어뜨리거나, 화재 나면 구할 수 없지요. 그러면 왜 초상화를 지키지 못했냐고 책망을 듣지요.

최민석: 그 말은 곧 사람의 생명이 초상화보다 못하다는 소리군요.

정영: 북한에서 이렇게 해상사고를 당하면 초상화를 구하라고 교양한 게 1970년대 중반부터인데요, 어느 한 고기배가 풍랑을 만나 침몰되기 시작할 때 그 배의 선장이 초상화를 품에 안고 무거운 연투를 몸에 매달고 바다에 떨어졌다고 소개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 북한당국은 어민들에게 배가 침몰될 때는 김 부자 초상화를 꼭 안고 뛰어들라고 교양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런 선전도구로 이용되는 겁니다.

최민석: 이렇게 당국으로부터 영웅칭호나 표창장을 받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 그렇게 한 겁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북한이 해상사고 소식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김부자에 대한 충성심을 소개하기 위해서 보도를 했다는 거지요?

정영: 그렇습니다. 며칠 전까지 북한은 해상사고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저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며칠 전에 텔레비전을 통해 북한 뉴스를 보았습니다. 거기서 뭘 소개했냐면 북한 어민들이 탔던 작은 배들이 바다에 나갔다가 난파되거나 조난되어 러시아 해안가에 꽉 찼어요. 그러니까 지붕이 없는 배들이지요. 전마선이요. 아주 작은 배들입니다.

정영: 그러니까 초상화가 없는 배들이네요.

최민석: 그렇지요. 그런 배들은 소개가 안 된 겁니다.

정영: 그 해상사고 명단에도 없는 배들이네요.

최민석: 나갈 때 보고조차 안된 것 같아요.

정영: 아닙니다. 보위부가 엄격하게 해상출입을 단속하기 때문에 꼭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안 들어오면 실종되면 북한당국이 찾지 않지요. 즉 수색을 하지 않지요.

최민석: 아, 그런데 저는 난파된 배들을 보면서 어민들이 생존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뉴스에서도 그렇게 소개했습니다.

정영: 나간 배는 있는 데 들어온 배가 없다고 하면 실종처리가 되지요. 행방불명이요. 이 배가 어디 가서 침몰되었는지, 어떤 사고로 조난당했는지 그리고 남조선 갔는지 일본으로 갔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것으로 끝이 나는 거지요.

그런데도 북한의 국영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 총회사는 5월31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주일 전에 “수산부문에서 고기배들과 배의 설비, 어구의 현대화와 안전항해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이 적극 추진되여 많은 성과들이 달성되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2015년 한해만 보아도 물고기잡이 실적은 지난 시기에 비해 비할 바 없이 부쩍 올라간 반면에 해상사고가 특별히 기록된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이 사람들한테는 실종이 해상사고로 안되는 건가요?

정영: 해상사고가 완전히 없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기록된 게 없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한 주일 뒤에 이렇게 선장을 비롯한 8명의 선원들이 해상사고를 당했다고 보도한 겁니다.

최민석: 참 사람이 사느라면 사건사고도 있을 수 있고 범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전혀 보도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영: 북한은 자기네 체제에 불리한 사건사고, 즉 해상사고나 화재사고 같은 재해보도를 하지 않는 나라로 소문났지요.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북한은 정말 살기 좋고, 안전하고, 무공해지역이고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말 북한에 사고가 없고, 범죄가 없고, 오염이 되지 않은 나라인가 하고 의아해합니다.

최민석: 저는 정말 나중에라도 유엔에서라도 아니면 어떤 인권단체에서라도 어로활동을 하다가 실종된 북한 어민 실태를 좀 조사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거 상당히 많을 거라고 보입니다.

정영: 이렇게 북한의 안을 들여다 보면 사건사고가 많습니다. 지난해에도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추정의 선박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약 두 달 동안 일본 해안에서는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목선 10여 척과 시신 30여 구가 발견됐습니다.

당시 발견된 목선에서 ‘조선인민군’이라고 새겨진 북한 글자를 발견했고요. 그리고 시신은 너무 훼손되어 어느 국적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난파된 선박들이 2014년에는 65 척, 2013년에는 80 척이나 일본해안가에서 발견됐다고 외신은 밝혔습니다.

최민석: 만약 한 척 당 어민 4명씩만 잡아도 100단위가 훌쩍 넘습니다. 북한당국의 무리한 물고기 잡이 요구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무명의 희생자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렇습니다. 북한당국에 의해 억지로 떠밀려 바다에 나간 어민들, 그 속에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종이라고 그냥 덮어버리는 북한당국. 이 사람들의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줄지 모르겠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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