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망명이 북 간부에 주는 메시지③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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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 외곽에서 바라본 북한지역에서 북한 주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원희: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최민석 기자를 대신해 진행을 맡은 이원희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오늘도 역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망명이 북한 간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 에 대해 전번 시간에 이어 계속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태공사의 망명이 북한간부들로 하여금 김씨 일가의 수령제도와 결별할 수도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고 정리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태 공사 망명이 북한인권차원에서 북한 간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암시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원희: 먼저 왜 요즘 북한 인권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정영: 아시는 바와 같이 한국에서는 11년만에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이9월 4일부터 정식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통일부 산하에는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북한인권재단 등이 설립되게 됩니다.

북한인권재단에는 이사장을 포함해 42명의 연구 및 행정직원이 모이게 되며, 2017년 예산으로 134억원, 미화로 1천200만 달러가 책정되게 됩니다. 한국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북한인권 기록센터 운영에 85만 달러, 그리고 북한인권 정책 수립과 추진에 48만 달러를 각각 책정하게 됩니다.

여기서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 하면, 북한에 있을 때 인권침해를 당했던 탈북자들, 인권침해 상황을 목격했던 탈북자들의 진술을 자필로 받고, 영상으로 찍어 보관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함경북도 온성군 보위부의 아무개 지도원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고문했는지, 그리고 함경북도 온성군 보안서의 아무개 지도원이 누구를 왜 공개 처형하도록 조서를 작성했는지 등 탈북자들의 진술을 받아낸 다음 그 자료를 3개월에 한번씩 대한민국 법무부에 신설된 북한인권기록 보존소에 전달하게 됩니다.

앞으로 이 자료들은 북한 사회가 변할 때, 즉 인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가 되었을 때 인권탄압 자들을 징벌할 때 증거 자료로 쓰이게 됩니다. 이에 관한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기자회견을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녹취: (8월31일): 여러 가지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모아둘 수 있다. 그리고 차후에 책임규명 활동까지도 나설 수 있다는 점이고요.

이원희: 이 보도를 듣는 북한 보위부나, 보안원들의 등골이 오싹해지겠는데요.

정영: 북한 보위부, 보안부 등 집행관들이 아마 뜨끔할 겁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인민들을 노예처럼 고문하고, 일생 나오지 못할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시키고, 또 일반 주민들이 어떻게 하나 살아보겠다고 장사하는 재산을 강제 압수하고, 저들끼리 나눠먹고, 애매한 사람들을 본보기로 잡아 공개 처형하는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북한 주민들 가운데는 만약 전쟁이 나면 제일먼저 아무개 보위원부터 처단하겠다, 또 내 재산을 강탈한 아무개 보안원을 처단하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자기 어린 딸을 성폭행한 아무개 당간부를 징벌하겠다 이렇게 벼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북한에서 당한 사람들 중에는 현재 한국에 나온 탈북자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억울한 사연을 한국 정부가 글로 써서 기록하고, 때가 되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증거로 삼겠다고 하기 때문에 이 방송을 듣는 북한의 법관들과 당간부들은 오싹할 거라고 느껴집니다.

이원희: 그러면 이런 것은 처벌 기간이 한계가 없는 거죠? 처벌이 될 때가지 지속되는 거겠죠.

정영: 아마 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되겠지요.

이원희: 그렇다고 북한의 모든 간부들이 다 악독하게 인민들에게 행패한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정영: 물론 북한의 모든 엘리트들이 다 인권침해 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가운데서 일부만 책임이 있고, 간부들 가운데는 주민들에게 좋게 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간부들은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분명한 기회가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의미 있는 연설을 했는데, 이를 한번 듣고 넘어가시죠.

박근혜 대통령: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시사하는 바가 참 큰데요. 현재 북한의 엘리트들은 당간부들, 보위부, 보안성 간부들, 행정 간부들 이렇게 여러 계층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박세일 서울대 명예 교수의 의견을 잠시 듣고 넘어가겠습니다.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북한에서 소수의 김 씨 일가 3대 세습체제에 충성했던 핵심세력들은 어렵겠지만, 그 밑에서 나라를 경영했던 중간 간부들이라든가, 하급간부들은 어찌 보면 이 시대의 희생물입니다. 희생된 분들이기 때문에 그분들을 다 사면해서 같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데 앞장서서 참여해야 하고, 북한을 개발하는데, 그분들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분들이 여러 가지 경험이 있고, 북한을 관리했던 지혜도 있기 때문에 그걸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쓰면 그분들이 오히려 큰 재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대대적으로 사면하고, 통일대업에 같이 힘을 합치도록 하고, 김 씨 일가 세습체제에 충성했던 아주 극소수는 아마 역사가 인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나머지는 힘을 합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데서 희망을 찾고 우리 민족의 자존을 찾아나가자, 나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많은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에서 인민 탄압에 앞장섰던 사람들은 당연히 인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겠죠. 하지만, 그 외 사람들은 어찌 보면 살기 위해서 김씨 일가에 충성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은 인민에게 선한 덕을 쌓은 간부들에게는 충분히 기회가 있다 이렇게 시사했다고 보여집니다.

이원희: 북한이 인권법이 시행되는 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정영: 남한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고 시행을 시작하자, 북한 매체가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북한 대남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5일 ‘남조선인권대책협회’ 개인 논평을 통해 “우리 식 사회주의사회에서는 애당초 인권문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남조선은 이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과 권리가 가장 무참히 유린되는 세계최악의 인간생지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원희: 하지만, 이렇게 비난하는 북한 대남공작기관 사람들도 아마 태영호 공사 망명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리라 봅니다. 북한이 아무리 인간의 낙원이라고 해도 고위간부 130여명이 처형되거나 숙청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되는 게 많을 것 같아요.

정영: 북한 간부들도 김정은 집권 5년동안 아마 옆에서 사라진 간부들을 생각하면서 등골이 오싹할 것입니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으로부터 시작하여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인민무력부장 현영철 등 과거 김씨 정권에 충성했던 간부들이 잠깐 졸았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역적으로 몰려 죽는 것을 보고, 아마 치를 떨고 두려움에 떨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 김정은이 또 다른 간부들을 칠지, 그리고 그가 혹시 내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떨 것입니다.

그래서 태영호 공사의 망명이 바로 북한 간부들에게 이런 점을 시사했다고 봅니다. “김씨 일가와 결별해야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북한 간부들은 통일이 되면 과연 남한 정부가 자기들을 어떻게 대할 지, 또 체제가 변하면 자신들의 과거의 기득권이 보장되겠는지, 하는 우려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되는 과정에서 북한 엘리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충분히 있다, 김씨 일가에게 충성하지 말고 인민을 위해서 복무하고, 피폐해진 북한 경제를 살리는 데 기여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메시지를 박 대통령이 던졌다는 겁니다.

그리고, 태공사의 망명으로 북한 간부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인민들을 괴롭히는 악덕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정치범 수용소에서 정치범들을 탄압하고 애매한 사람들을 총살하는 비인간적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길이 조금이나마 인민의 동정을 받고, 용서받는 길임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말입니다.

이원희: 태영호 공사의 망명으로 북한 간부들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인민에게 죄를 짓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깨우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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