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자강력 제일주의’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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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현대화공사를 거친 평양 근교의 122호 양묘장을 시찰했다고 1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현대화공사를 거친 평양 근교의 122호 양묘장을 시찰했다고 1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노동당 제7차 대회가 끝나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민생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강력 제일주의’ 정신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자체로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북한. 중국에서 전자제품을 몰래 들여오다가 북한 상품으로 둔갑시켜 파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겉은 국산품이고 알맹이는 남의 것인 자강력 제일주의. 이 실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김정은 위원장이 당 7차 대회가 끝난 다음 민생현장을 돌보고 있습니다. 거기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자강력 제일주의’를 주창하고 있는데요, 이제부터 그 실체를 알아보겠습니다.

정영: 그렇습니다. 김 정은 위원장이 당대회가 끝난 다음, 군수공장이 아닌 조선인민군 122호양묘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북한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를 잠시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북한 TV녹취: 해당 부문의 일군들, 군인건설자들, 과학자, 기술자들은 자강력제일주의 정신을 높이 발휘하며 낮과 밤이 따로 없는 긴장한 전투를 벌림으로써 …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대회에서 승진한 노동당 간부들을 데리고 북한군 122호 양묘장을 돌아봤는데요, “이곳은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맞게 과학화, 공업화, 집약화가 완벽하게 실현된 양묘장”이라고 치하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양묘장을 모체로 하여 북한의 “모든 산들을 황금산, 보물산으로 전변시키라”는 지시도 잊지 않았습니다.

최민석: 얼마나 훌륭한 양묘장인지 잘 모르겠지만, 북한에서 녹화사업이 안 되는 게 묘목이 없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에서 산림녹화가 몇 십 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은 연료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스문제를 해결해야 나무를 찍어 때지 않겠는데, 그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 시대에 벌거숭이가 된 온 나라 산을 파랗게 녹화시켜보려고 하는데, 그걸 ‘자강력 제일주의’로 해결해보겠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런데 그 자강력 제일주의란 말도 새로운 소리가 아니고 많이 듣던 소린데요?

정영: 이 말은 김정일 위원장이 주장했던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살짝 뒤집은 것인데, 김정은 시대에는 ‘자강력 제일주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김정은의 트레이드마크, 즉 정치적 구호로 되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이번 당 7차대회에서도 자강력 정신을 강조했는데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이거 또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실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김정은도 스위스를 유학해서 세계화 추세도 알겠는데, 오히려 고립과 폐쇄를 의미하는 자강력 정신에 몰두하고 있군요.

정영: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 인민들 앞에 등장할 때 약속한 게 있지요. 그때가 2012년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행사 때였지요. “인민들에게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디즈니랜드의 유명 캐릭터인, 그러니까 인형인 미키마우스를 세상에 등장시켜서 ‘아, 젊은 지도자가 뭔가 좀 다르구나’하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을 지키려고 나라 문을 닫아 맬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최민석: 그래서 김정은이 자강력 정신을 들고나온 겁니까,

정영: 김정은이 말하는 ‘자강력 정신’은 “자체의 힘과 기술로 세계적인 국산제품을 만들라”는 주문이거든요. 결국 외국산 못지 않게 북한 제품도 만들겠다는 의지인데요, 북한산이 어디 있습니까, 요즘 중국제품 빼면 장마당에 국산품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자강력에 기초한 국산품을 만들라고 하니까, 북한 일꾼들은 죽을 맛 일겁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이름만 북한상표로 슬쩍 바꿔가지고 국산제품이라고 파는 겁니다.

지난 4월초에한국 KBS 방송이 보도한 것인데요, 북한이 50인치 평면 텔레비전을 중국에서 대량 수입해 들여갔는데, 상표는 이상하게 북한산 텔레비전 상표인 아리랑을 달았습니다. 이 녹음을 잠시 듣고 계속 하겠습니다.

KBS 녹취: 북한이 사실상 유엔 제재 대상 품목인 중국산 대형 LED TV를 자국산으로 둔갑시켜 대량 반입하는 현장이 포착됐습니다. 다음 달 당대회를 위한 선물정치용으로 보이는데, 이것도 역시 유엔제재대상 품목이라는 겁니다.

이날 북한에 들어간 텔레비전만 해도 5만대나 되었다고 합니다. 이날 남한 방송사 카메라에 잡혀서 그렇지 몰래 들여가는 상품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것도 버젓하게 북한 상표 이름을 달고 들여가는 데, 아마 평양시 백화점이나 외화상점에서는 이걸 북한산 아리랑이라고 팔 겁니다.

최민석: 이렇게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북한산이라고 팔면 안되지 않나요?

정영: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OEM 방식이라고 하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리랑 텔레비전 공장에서 중국에 대고 텔레비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경우, 의뢰 받은 나라는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국가 이름을 표시할 때, ‘made in China’를 새겨 넣어야 합니다.

북한은 이 텔레비전 일부를 노동당 7차 대회 참가자들에게 선물했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 나머지는 백화점이나 외화상점에서 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대회 참가했던 사람들은 텔레비전 뒤에 있는 원산지 표시를 잘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거기에 ‘평양 아리랑 텔레비전 공장’이라고 써있으면 이것은 불법입니다.

최민석: 그런데 왜 북한이 이렇게 자기 제품이 아닌 걸 자기네 것으로 만들어 들여갈 가요?

정영: 현재 북한은 유엔제재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요. 그래서 북한은 돈 주라고 하는 사람들의 외화를 끌어내기 위해 텔레비전을 팔고 있는데요, 그런데 김정은이 자꾸 국산품을 만들라고 하니까, 할 수 없이 중국 공장에 물건을 주문할 때 거기다 ‘아리랑’상표를 부쳐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이게 북한과 중국 간에는 괜찮을 지 몰라도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웃음거리가 되는 겁니다.

현재 평양 돈주들의 구매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얼마 전 당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평양에 들어갔던 외신 기자들이 쓴 기사를 보니, 평양시 미래과학자거리의 번쩍이는 네온장식 등 밑에서 1인분에 48달러나 하는 스테이크, 즉 소고기 불고기를 썰어 먹는 특권층이 있다고 썼습니다. 이들은 평면 TV나 냉장고 같은 것을 구매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북한인구의 약 1%입니다.

최민석: 노동당 7차 대회가 끝나고 민생행보에 나선 김정은, 자력자강을 외치고 있지만 결국 외피만 북한 제이고, 알 속은 외국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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