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잔류 일본인 카드’ 꺼낸 속셈(2)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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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본인 납북자 가족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풍선에 매달아 북에 보내기 위해 그리움 등 염원을 담은 편지를 쓰고 있다.
한 일본인 납북자 가족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풍선에 매달아 북에 보내기 위해 그리움 등 염원을 담은 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민석: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북한 선전매체의 보도를 다시 한번 뒤집어보는 ‘북한언론의 겉과 속’ 시간입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최민석 입니다.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합니다. 정영기자, 오늘 우리가 나눌 주제는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얼마전 “잔류 일본인들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생존해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시기나 조건이 되면 본인의 의향에 따라 공개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나팔격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신보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의 존재를 밝힌 것은 트럼프 정부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일본의 아베정부를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왜 북한이 갑자기 교착상태에 빠진 북일 교섭 문제에 선수를 치고 나오는지 진상을 알아보겠습니다.

최민석: 최민석: 북한이 느닷없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일 정부간 교섭의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노동당 간부도 아니고, 한갖 일본인 요리사를 비중있게 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

정영: 공식 직함이 없는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요즘 말로 이른바, ‘비선라인’이라고 하지요. 역사적으로 이러한 비선 라인 접촉이 효과를 봤다는 기록도 있긴 하지만, 지금처럼 북핵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어 있고, 일본과는 납치문제로 얼키고 설킨 북한 문제를 개인들이 나서서 과연 성사시킬 수 있을지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최민석:  참, 김정은의 생모 고향이 일본이지요?

정영: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의 고향이 일본입니다. 그리고 김정은도 1991년 형 김정철로 보이는 남성과 함께 남미의 위조여권을 가지고 도쿄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올해 초에 보도한바 있습니다.

최민석: 1991년이면 25년 전인데, 그렇게 보면 김정은이 아주 어릴 때 일본을 방문했다는 소리군요. 북한이 일본과 관계정상화가 빨리 되어야 김정은도 어릴적 향수가 배인 도쿄 디즈니랜드도 다시 방문할 수 있겠는데요. 그런데 북한정부가 왜 속도를 못 내는거죠.

정영: 일본인 납치자 문제 때문입니다. 1987년 남한의 KAL기 폭파사건 때 체포된 북한공작원 김현희씨가 붙잡히지 않았습니까, 그때 김현희씨가 일본인 교사로부터 일본말을 배웠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그때부터 일본은 행방불명된 일본인들이 북한에 납치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고이즈미 일본 전 총리가 2002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주 통이 크게 “그래, (납치를)우리가 했다”고 인정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일본인 납치문제를 한 나라의 수장으로부터 확인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의 수장도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일본 총리도 정치 생명이 걸린거거든요.

정영: 당시 김정일 위원장이 납치를 인정하자, 고이즈미 총리도 깜짝 놀랐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렇게 쉽게 내밷을 수 있는가?”하고 같이 참가한 일본 외교관리들도 생각했다고 합니다.

최민석: 결국 김정일은 다른 나라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 대해 너무 몰랐군요.

정영: 이 사실이 보도되자, 일본 열도가 부글부글 들끓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극우보수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아베 총리를 탄생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당시 김정일이 납치문제를 시인하도록 유도한 일등공신이 바로 현 아베 신조 총리입니다.

아베총리가 지금처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것도 결국 북한으로부터 납치 시인을 받아냈기 때문이라고 정치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민석: 그래서 아베총리의 지지도가 높군요. 그런데, 그동안 조용했던 북한이 요즘 들어와서 다시 발동을 거는 이유랄까요. 뭐가 있습니까,

정영: 현재 북한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과 아베총리가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8일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일본 아베 총리가 제일 먼저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열흘 뒤에는 직접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를 만났습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약 1시간 회담을 가지고, “트럼프는 신뢰할 만한 지도자”라며 한껏 추켜세웠습니다.

세계 외신들은 아베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 선거 공약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재고려 문제, 그리고 트럼프로 하여금 아시아중시 전략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아베신조는 아직도 미국이 일본한테는 큰 방패고 바람막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거군요. 그래서 북한도 트럼프 정부에서 일본의 역할이 크다고 보는거군요.

정영: 현재 북한은 일본을 어떻게 하나 미국의 대북제재 공조체제에서 떼어내려고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아베정부를 압박해야 하는데, 바로 그게 북한에 남아 있는 일본인 카드라는 것입니다.

최민석: 아베 정부에게는 납치자 문제가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그걸 알고 잔류 일본인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거군요.

정영: 아베정부는 자신의 정치적인 성과로 납치자 문제를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납치문제만 해결되면 북한과 대화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아베입장에서는 핵문제보다 납치문제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최민석: 그럴수 밖에 없지요. 납치문제는 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정영: 북한도 이걸 알고 있습니다. 아베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게 납치자문제, 일본인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핵문제는 국제적 문제입니다. 당연히 지지표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는 납치 문제가 우선입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북한에 아직도 일본인들이 살고 있다, 자국민 보호 원칙에서 타국에 사는 일본 사람들을 그냥 놔두어도 되는가?”라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일본 여론이 그렇게 형성되면 아베정부도 그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거든요. 이게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것입니다.

잔류일본인 카드를 꺼내면 일본은 대화장에 나올 것이고, 그리고 그로 인해서 핵문제로 인한 대북제재 공조체제에서 일본이 빠지게 된다, 그러면 대북공조에 금이 가게 되는 것입니다.

최민석: 그러면 북한 내부에 있는 일본인 잔류 생존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우리가 알 수 있을까요?

정영: 현재 북한의 특별조사위원회는 북한에 살고 있는 잔류 일본인들의 명단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8.15해방 이전에 조선사람과 결혼한 일본여성들, 그리고 일본이 패망한 다음 일본으로 가지 않은 사람들이지요.

최민석: 그러니까, 만주쪽에서 내려오다가 길이 끊겨서 갇힌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여러가지 형태와 이유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거지요.

정영: 이들은 대부분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해서 북한사람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래서 북한 정부는 고령의 잔류 일본인 여성에게는 생일상까지 차려주고 국가적 배려도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적지 않은 일본인들은 귀국을 포기하고 북한에 남겠는다는 의향을 속속 내비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어떤 일본 사람들은 나이많게 일본가서 외롭게 사느니, 차라리 여기서 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리고 혹시 말을 잘못했다가 친척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극히 주의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북한 정부가 귀국 대상자를 과거 일본 국적자였던 사람들로 한정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 일본 사람이었던 사람들만 일본으로 보낼 수 있다고 제한했습니다.

최민석: 그러니까, 과거 일본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던 사람들만 인정된다는 소리군요. 그러니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소리군요.

정영: 아무리 그때 어렸다해도 지금은 80~90살이거든요.

최민석: 가족들이 다 같이 못가면 혼자서는 못갑니다. 현실성이 있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는 카드가 바로 잔류 일본인 카드라고 봐야 하겠군요. 북한이 납치국가라는 오명을 피해가려고, 북한에 남아 있는 일본인들을 내세워 목적을 달성해보겠다고 일본 정부를 떠보고 있습니다. 과연 이 전술이 북핵문제를 푸는 데지 어느정도 도움이 될지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영기자, 수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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