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내년으로 미뤄질 듯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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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Photo/Andrew Harnik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시점과 관련해서 미국의 고위급 관료가 ‘내년 1월’을 언급했죠. 애초 한국과 미국, 북한 당국이 예상했던 일정이 많이 밀리게 되는 건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러시아를 방문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1월 이후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열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는 있지만 미국 백악관 고위급 관계자가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이라고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방송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내년 1월 이후 만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직접 협상하기로 결심했으며 지난 여름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라는 유례없는 조치를 취했다”며 “그는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고, 이는 아마도 내년 1월 1일 이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2일 볼턴 보좌관의 모스크바 발언은 지난 19일 미국 중간선거 유세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서두르지 말아라. 잘될 것이다”고 한 발언에 무게를 싣는 의미를 갖습니다.

같은 날 멕시코를 순방 중이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회견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약 열흘 내에 나와 북한 상대방과의 고위급 회담이 ‘여기’, 즉 워싱턴에서 열리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턴 보좌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이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맥락은 같다고 봅니다.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의 큰 틀은 깨지는 않겠지만, 핵물질과 핵무기의 신고나 폐기 등 비핵화에서 속도를 내지 않는 북한에게 ‘속도를 내지 않으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늦어지거나 열리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외교적 압박을 미국이 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우: 미국 측은 “대북 제재는 지속해야 한다”는 말도 하고 있죠. 북한 당국 입장에서 들으면 상당히 불쾌한 이야기일 텐데요. 어떤 이유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볼턴 보좌관은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등 러시아 간부들과 만나 비핵화를 위한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습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실은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를 위한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대북제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10일 모스크바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3자 부상급 회담을 갖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조치 재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북제재 완화를 현재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대북제재 유지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온 것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여 전 세계가 북한에 펼치고 있는 대북제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과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도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하는 대북제재는 평양의 엘리트(당, 정, 군 간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서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는데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이나 대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재가 작동하고 있어 북한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섰는데 제재를 완화하면 북한이 도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확신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인권 문제도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유엔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루긴 하죠. 그런데 하필 미북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표면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시점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고영환: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문제가 바로 ‘인권’ 문제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 생활을 할 때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의제에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바짝 긴장하곤 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 처형 등이 ‘사람을 중시한다’고 주장하는 김씨 정권의 명분이나 도덕성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도 북한은 외교 무대에서 핵 문제, 미사일 문제가 거론되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인권 문제만 나오면 신경이 곤두선다고 한국 언론에 밝힌 바 있습니다. 매년 말 유엔 총회에 북한 인권 결의안이 상정되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와 해외 북한 대사관들은 인권 관련 논의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지난 23일 유엔 본부에서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은 기자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여기에서 그는 “한반도 안보와 평화, 번영에 대한 중요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수감 시설에서 학대가 자행되고 있고 정치범 수용소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는 중대한 우려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그러나 남북 정상의 판문점 공동선언이나 미북 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유엔은 북한과의 합의에서 인권 문제가 배제된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위와 같은 입장들을 담은 보고서를 유엔 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 제출했고, 이는 올해 12월 유엔 총회에 정식으로 상정될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도 올해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기권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미국에 이어 한국이 북한 인권 결의안에 찬성하는 경우 북한은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의안 채택 전부터 북측은 한국 정부에 ‘결의안에 찬성하는 경우 현재의 긴장 완화 분위기가 냉각될 것이고 그 책임을 한국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면서 심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미국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연 남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방문과 연내 종전선언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는 올해 안에 트럼프·김정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그에 뒤이어 김정은의 서울 방문도 실현하며 이러한 외교적 노력으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이 서명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습니다. 그러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에 진행될 것이라는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나오는 등 2차 정상회담의 연내 추진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의 서울 방문도 당초 예상됐던 11월 말이나 12월에서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하여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연내 종전선언 서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우선은 트럼프·김정은 2차 미북 회담은 내년으로 연기된 것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고,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안 서울 방문도 그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덧붙여,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올해 안 종전선언도 어렵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박성우: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첫 단추가 풀리지 않으니 진척이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을 하신 건데요. 물론 한국 정부가 속도를 좀 내기 위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방문부터 추진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한미 공조를 중시하는 남한 내 보수층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로서도 속내가 복잡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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