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평양 방문은 ‘양날의 검’

서울-박성우, 고영환 parks@rfa.org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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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왼쪽).
지난 2016년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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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의 북한 방문을 먼저 제안했고, 이에 대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는 건데요. 김 위원장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요?

고영환: 한국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구라파 방문 일정을 발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의 뜻을 전달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축복과 지지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오는 17~18일 로마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평양으로 초청하겠다’는 김정은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인데요.

그는 계속하여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에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한번 만나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이에 김정은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정오에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청에서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백두산 천지에서 한국의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제가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말했을 때도 대주교에게 허리를 숙이면서 “꼭 좀 전달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는 사실도 김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김정은이 한국 대통령과 한국 대주교에게 했다는 발언들을 종합하여 볼 때 김정은은 로마 교황을 초청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 왔고 이 생각들이 이번 한국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우선 ‘과연 성사될까’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영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할 것으로 보이면서 과연 교황이 평양을 방문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교황의 방문 시기와 일정만 조정이 잘 되는 경우 역사상 첫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될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담 자리에서 '교황의 방북' 이야기가 나올 경우 교황의 방북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고 실제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교황이 남북한 사이의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 온 만큼 교황이 자신의 평양 방문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계 일각에서도 교황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그들은 작년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위기 지수가 올라갔을 때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다는 발언과 기도를 여러 차례 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교황의 평양 방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바티칸 사정에 정통한 천주교계의 한 인사는 "교황청 외교 관례에 비춰볼 때 교황의 평양 방문은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이 특정 국가를 방문하려면 해당 정부와 그 나라의 천주교 교회가 공동으로 초청하는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김정은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직접 평양을 방문해 달라는 초청장을 보낸 것도 아니고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는 천주교 사제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하여 제기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변수입니다.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지난 9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아 실망했다"며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북한 주민의 인권, 특히 ‘종교의 자유’ 문제가 포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교황이 평양에 가면 주민들에게 연설도 하고 기도도 하고 종교의 자유와 북한 인권 문제의 해결을 언급할 텐데, 북한이 이를 접수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제가 보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이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보다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왜 교황의 평양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시는 건가요?

고영환: 북한은 김일성 시기부터 로마 교황을 초청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해왔습니다. 특히 김정일 시기에 들어와서는 그 노력이 더욱 배가되었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자신이 쓴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북한 외무성이 1991년 교황 초청을 위한 상무조를 구성했으나 북한에 천주교 열풍이 불 것을 우려해 이 상무조를 두 달 만에 해산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당시 북한은 동구라파 사회주의 나라들이 무너지고 한국과 소련, 한국과 중국 사이에 외교 관계가 수립되자 외교적 고립을 벗으려 교황의 평양 방문을 추진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제가 앞에서 교황의 평양 방문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평가한 이유는 북한이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거대한 로마 교황을 평양에 초청함으로써 북한에도 천주교와 기독교 등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북한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정상 국가라는 영상을 국제사회에 심어 주고 김정은 자신이 그러한 정상 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의 생각도 김일성, 김정일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평가합니다.

박성우: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된다면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고영환: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세계 수십억 인구가 평양에서 전송되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게 될 것이고, 평양의 전시적인 건물들과 사람들을 보면서 북한이 살만한 나라이고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믿을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수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김정은이 믿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여, 김정은은 로마 교황의 평양 방문을 자신의 우상화와 권위를 높이는데 활용하려 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로마 교황청 역시 북한 주민들에게 이 세상에는 종교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천주교를 믿고 있고 이 세계에서 인간은 종교를 믿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종교 불모지인 북한에 알리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북한 주민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로마 교황청이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은 북한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교황의 방북과 교황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서 종교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되고, 종교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이런 과정을 통하여 종교를 믿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합해서 말씀 드리면, 교황의 방북이 김정은의 권위를 높여주고 김정은 체제를 단기간에는 강화시켜 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종교를 가슴 깊이 새기고 종교를 믿게 됨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3년 전 쿠바를 방문했고, 이 방문이 쿠바에서 현재 진행 중인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시절인 1979년에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가 폴란드를 방문하면서 폴란드의 변화를 촉발하였고,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동구라파가 붕괴되었다는 것이 세계 정치외교학계의 분석입니다.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교황이 과연 북한을 방문할 것이냐는 문제가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관심사 중 하나가 됐는데요. 이 사안도 역사적 분기점을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진전이 있을 때마다 이 시간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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