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포기의사 없어…미북, 2020년 다시 충돌 가능성”

서울-목용재,고영환 moky@rfa.org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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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성탄절이 북한의 고강도 도발 없이 지나갔습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올해의 마지막 시간인데요. 올해를 결산하고 새해의 한반도 정세를 전망해보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성탄절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성탄절이 북한의 고강도 도발 없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이 같은 원인,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을 맞아 미국에 이른바 ‘선물’을 보내겠다고 위협한 북한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성탄절에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2일 주최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절제된 표현을 쓰면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에서 북한은 자위적 국방력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미국을 겨냥한 위협적인 단어나 문장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이 우선 성탄절까지 대미 협상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었거나 미국으로부터 그 어떤 양보를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게 합니다. 다음으로는 중국 베이징과 청두에서 열렸던 한국과 중국 사이의 정상회담과 한, 중, 일 정상회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입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문일현 정법대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미국과 대화에 나서고 한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며 무력 도발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셈”이라면서 “한중 정상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겨냥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기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성탄절 계기 도발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했고 미군 역시 맞대응의 조짐을 보였습니다. 항공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지난 25일 북한 군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수 있는 ‘E-8C 조인트 스타즈’, 20km 상공에서 지상 30cm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찰기인 ‘RQ-4 글로벌 호크’, 통신신호 정찰기 ‘RC-135W’, 미사일 추적기 ‘RC-135S’ 등이 한반도 주변을 비행하면서 북한 내부를 면밀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명절인 성탄절에, 미국과 중국 등의 경고들을 무시하고 북한이 도발을 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보면 될까요? 위원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고영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북한이 당 전원회의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전후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봅니다. 시간만 늦춰지고 도발 수위가 조절될 뿐 ICBM, 즉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위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 그 어느 하나는 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들 앞에서 미국에 셈법을 연말 전에 바꾸라고 공언한 상황에서 미국이 제재를 풀지 않았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가만히 있으면 그의 지도력이 크게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목용재: 만약 향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상의 고강도 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로 인한 정치적 타격의 우려 때문에 북한에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면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 주위로 뭉칠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말 언급한 ‘화염과 분노’ 시기로 시계를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군사적 조치 외에도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한 방울의 원유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제재, 해외의 모든 북한 노동자, 기술자들을 예외 없이 송환시키는 제재, 북한 관광을 틀어막는 제재, 북중 국경 봉쇄 같은 강력한 제재들이 추가적으로 발동될 수 있습니다. 도발을 하면 북한 지도부가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목용재: 위원님. 오늘이 시사진단한반도의 올해 마지막 방송인 만큼 2019년 한해의 한반도 정세 평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올 한해 미북관계와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무엇이 있었나요?

고영환: 올해는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먼저 미북관계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올해 2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미북관계는 악화됐습니다. 그러나 올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3국 정상이 만나 회동하면서 미북관계는 훈풍을 맞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잇달아 미사일과 대형 방사포 등을 쐈습니다. 12월에 들어서는 북한군 총참모장, 북한 외무성 최선희 제 1 부상 등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늙다리의 망령’이라며 공격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도발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강하게 맞대응했고 이에 따라 양국관계가 급속히 냉각됐습니다. 남북관계 역시 훈풍과 냉풍이 교차하는 한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을 때만 해도 기대감이 높았지만 북한이 7월말부터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한국에 ‘바보’, ‘삶은 소대가리’ 등을 운운했습니다. 북한이 한국과의 모든 대화를 단절하면서 꽉 막힌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북, 남북관계와는 달리 북중, 북러 관계는 개선된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과 4월 잇달아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북중, 북러 협조체제를 강화했습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돼도 중국과 같은 대국을 자신들의 후방에 두려는 북한의 의지가 실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용재: 다음 주면 새해를 맞이하는데요. 2020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망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도 궁금한데요. 이에 대한 견해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2020년 한반도 정세가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내년 한반도 정세, 특히 미북 비핵화 협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7일 ‘북한 정세 2019년 평가 및 2020년 전망’ 자료를 통해 “‘연말 시한’ 내에 미북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미북협상 중단’ 등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미북관계가 냉각되면서 현재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도 ‘2020 아산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 진행해 딜리버리 능력, 즉 미사일을 멀리 날려 보내는 능력의 확보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SLBM 전력화는 가시화하되 ICBM 개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조야도 한국 정부와 비슷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미국 외교협회(CFR)은 지난 18일 공개한 ‘2020년 예방 우선 순위’ 보고서에서 “미국과 이란 혹은 미국과 북한의 심각한 대립이 해외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2020년에 대한 우려는 계속 협상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할 것이라는 점이고 따라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고 따라서 미국도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 생각이 없는 만큼 미국과 북한이 2020년에 다시 한 번 강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신년사에서 “그동안 미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의 노력을 했으나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지속했기 때문에 북한은 핵 억지력과 방위력을 강화하고 자력번영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성탄절은 조용히 지나갔지만 북한의 고강도 도발의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위원님의 말씀이 의미심장합니다. 단지 시기만 늦춰졌을 뿐이라는 말씀이신데요. 이러다가 조만간 미북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2018년 이전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신년사 내용을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고영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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