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태에 가려진 북 인권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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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촬영한 개성공단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
2013년에 촬영한 개성공단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개성공단 사태에 가려진 북 인권’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남한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북한의 공단자산 몰수와 남한요원 추방. 북한의 도발로 촉발된 개성공단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공단 가동 중단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 북한이 연례행사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공단을 폐쇄했지만, 이는 잠정폐쇄였고 남한의 끈질긴 설득으로 7번의 회담 끝에 넉 달 만에 극적으로 재가동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남한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일환으로 전면중단 조치를 취했고 ‘북한 핵 우려 해소’를 재가동 전제로 달았기 때문에 확실한 명분 없이는 번복하기 곤란할 겁니다. 북한도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하겠다고 만방에 공언하면 몰라도, 남한이 제재를 풀도록 유도할 만한 방안을 찾기 어려울 겁니다. 이번 개성공단 사태가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근거입니다.

개성공단 사태를 둘러싼 남북한 간 ‘기 싸움’은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공단 사태가 길어지면 북한은 이 지역에 군부대를 배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한으로선 최악의 무력충돌 상황에서 서울로 진격하는 북한군을 저지하고 시간을 버는 완충지대로서 공단의 전략적 가치가 소멸되는 순간입니다. 임을출 남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한이 직면한 현 상황을 “안전핀이 제거된 수류탄을 들고 있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공단 사태 장기화는 남북한 모두에 경제적 손실을 가져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온 남한 기업은 남한정부의 정치적 결단을 이해하면서도 당장 코앞에 닥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울상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성공단을 통해 연간 1억달러의 수입을 올린 북한으로선 든든한 자금 줄을 놓친 셈입니다. 공단의 북한 근로자 5만명과 가족 등 모두30만 여명이 생계를 걱정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역경을 헤쳐나가기가 간단하지 않을 겁니다.

이와 같은 후유증은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앞다퉈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북한 주민이 겪게 될 인권 유린이 바로 그것입니다.

공단에는 평양 출신 근로자도 상당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했으니 파장은 개성뿐 아니라 평양지역까지 미칠 수 있습니다. 개성에서 자본주의 맛을 조금 본 근로자들이 불만세력으로 잠복할 수 있습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근로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강제로 주거지를 옮기는 인권유린이 자행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외화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은 개성공단 사태로 잃게 될 외화를 보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겁니다. 개성근로자는 값싼 양질의 노동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에 파견해 외화벌이 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중국의 관계도 껄끄러워 중국이 개성근로자들을 팔 벌려 환영할지 미지수라는 게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의 분석입니다. 이들 근로자의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에 달려있으며 당국의 결정과정에서 인권보장이란 단어가 언급될 것을 바라는 것은 북한의 인권탄압 역사를 외면한 비현실적인 기대라는 지적입니다.

개성 공단 사태 이후 외화에 갈급해진 북한은 근로자를 해외 각지에 더 많이 내보내려 할 겁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와야 그 돈으로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 것이 정권유지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김정은으로선 대안이 없을 겁니다. 마구잡이 동원 식의 해외파견이 예견됩니다.

또한 북한 당국은 이미 현지에 나가 있는 근로자들에겐 보다 많은 ‘충성자금’ 상납을 요구할 겁니다.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모진 고생을 하는 해외근로자들의 등골을 빼먹으려 할 겁니다. 때마침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로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면서 인권침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지만, 북한의 도발과 인권을 인과적 사안으로 연결 지으려는 움직임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북한정권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두고두고 국내결속 용으로 활용할 겁니다. 무모한 도발이 문제의 화근이란 점을 은폐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북한 주민 공동의 적으로 매도한 뒤 온갖 대중 동원과 선전 교육을 실시할 겁니다. 김씨 일가의 세습독재에는 ‘주민의 인권’이란 말이 끼어들 여지가 없고, 주민의 시달림에는 종착역이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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