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고민’ ‘쌀 걱정’으로 갈린 한반도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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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농민들을 위해 쌀팔아주기 운동에 나선 속초시.
재고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농민들을 위해 쌀팔아주기 운동에 나선 속초시.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보도되고 있는 ‘쌀 고민’ ‘쌀 걱정’으로 갈린 한반도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한 나라에서는 쌀이 남아 돌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고, 인접한 나라에서는 식량이 태부족해 농민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 쓰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현실입니다.

올해 상황은 더욱 극명하게 갈립니다. 남한은 올해 쌀 재고량이 약 85만톤이고 북한은 올해 가뭄과 홍수가 겹쳐 쌀을 포함한 식량 부족량이 60만톤으로 예상됩니다. 남한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산하 식량농업기구의 분석입니다.

남한은 자체 생산량뿐 아니라 무역협정에 따라 외국산 쌀도 수입하는데, 먹을 거리가 다양해 쌀 소비는 되레 감소추세라 잉여 쌀이 계속 창고에서 묵고 있어 골치거리입니다. 북한은 스스로 인정한 ‘100년 만의 왕가물(가뭄)’로 지난해보다 식량 생산량이 1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보통 매년 식량부족분이 40-50만 톤이었는데 올핸 60만톤이고, 농업전문단체인 CG&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에 따르면 내년엔 100만톤이 부족할 거라는 추산입니다. 북한의 일년 식량소비량이 540만 톤 정도임을 감안하면 5명에 한 명꼴로 제대로 식량을 구하지 못한다는 어두운 전망입니다. 북한 당국은 부족분을 중국 등 외국에서 들여왔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핸 중국으로부터 사오는 곡물이 지난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GS&J연구원의 진단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한과 북한 모두에게 이로운 구상은 없을까 하는 물음이 제기됩니다. 남한에선 남는 쌀을 북한에 보내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잉여 쌀 보관비용이 엄청나니 아예 바다에 버리자는 의견이 나오자, 힘들여 농사지은 농민과 배고픈 북한 주민들을 위해 선용하자는 취지에서 제시된 겁니다.

남한 국회의원들이 지난 9월 ‘쌀 대북지원 결의안’을 제출하고 40만톤을 즉각 지원하자고 했습니다. 인도주의적으로 보면 ‘착한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일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우선 북한의 천안함 도발로 비롯된 남한의 5.24조치가 있습니다. 남한은 연간 쌀 40만톤을 북한에 지원했다가 2010년 5.24 조치로 중단했고, 민간단체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조치가 풀리려면 북한이 도발에 대한 합당한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미덥지 않습니다.

또한, 남한 국민 상당수는 대규모 쌀을 지원했다가 북한이 군량미로 전용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정작 필요한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남한을 겨냥한 북한 군 전력강화에 일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거 남한정부가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한 것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점도 ‘대북 쌀 지원불가’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를 통해 쌀을 지원한다고 해도 쌀 구입, 국내 작업, 해외 운송 등 각종 경비가 어마어마합니다. 10만톤 당 약 2억 달러가 든다는 게 남한 농촌경제연구원의 계산입니다. 북한 주민을 돕고 싶다는 마음은 그렇다 해도 비용 문제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거리입니다.

남한정부가 쌀을 직접 북한에 전달하지 않고 유엔산하 식량농업기구나 세계식량계획 등을 간접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구는 군량미 전용 우려 등으로 요즘엔 쌀을 직접 전달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영양과자 등 변형된 형태의 지원을 합니다. 물론 미국에도 여러 비영리단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회에 대북식량지원금지법안이 상정될 정도로 북미관계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고 이들 지원단체 규모로는 대규모 쌀 지원이 여의치 않습니다.

남한정부가 국제기구와 협의해 남한에서 직접 북한으로 쌀을 보내고 전달과 분배 감시 과정을 국제기구가 전담해 군량미 전용을 차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제기구가 연루되니 국제규약과 남한의 국내법 등을 들여다봐야 하고, 과연 북한이 국제기구의 철저한 감시에 응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남한은 쌀이 남아 고민이고 북한은 식량난으로 허덕입니다. 대북 쌀 지원은 복잡한 정치적 요인들로 얽혀 있습니다. 이 매듭을 시원하게 풀 당사자는 북한이란 게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도발과 위협을 중단하는 북한의 전향적 행동에 2천500만 북한 주민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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