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사회’속 ‘자율’ 강조 신년사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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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을 철저하게 관철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군중 대회가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을 철저하게 관철할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군중 대회가 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타율사회’속 ‘자율’ 강조 신년사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는 북한 경제발전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신년사 앞 부분을 경제 분야에 할애해 정치 군사 문제에 대해 먼저 장광설을 늘어놓던 지난해와 대조를 이뤘습니다.

신년사엔 경제 주체의 기술력과 능력에 따라 보상을 더해주는 ‘6.28 방침’과 공장 기업과 상점에 자율경영권을 부여한다는 ‘5.30 조치’를 밀어 부치겠다는 의지가 내포됐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한 해의 정책초점을 경제에 맞추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신년사는 농수축산업이나 경공업 등 가시적 성과가 비교적 조기에 드러나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이를 ‘실용주의 경제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년사가 발표되자마자 북한 각계의 실천 결의가 터져 나왔습니다. 로두철 내각부총리는 이른바 ‘자강력 제일주의’를 강조했고, 장철 국가과학원장은 ‘과학기술의 알찬 열매’를 거두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명룡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참모장은 ‘발전소 건설’에 매진하겠다며 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약을 했습니다.

김정은은 신년사 머리에서 ‘부강번영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군과 인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이어 ‘인민생활 문제를 천만 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국사’로 천명했습니다. 그리고 ‘희망찬 새해를 맞으며 온 나라 전체 인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신년사를 끝냈습니다. 달콤한 표현이 가득한 신년사는 잘사는 북한, 행복한 북한을 지향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말하는 인민과 진짜 북한 인민이 완전히 일치하는 게 아니라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주민 생활에 중요한 전기, 수도, 교통 등 사회기간 시설만 보아도 평양과 지방의 차이는 현격합니다. 권력 지지계층이 집중된 평양의 개발 사업엔 예산을 대거 투입하면서도 지방 발전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북한이 ‘평양공화국’으로 불리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겁니다. 김정은의 편중된 ‘평양 챙기기’가 시정되지 않는 한 신년사에 담긴 인민제일주의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하다는 게 주민들의 반응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대체로 신년사에 시큰둥해 합니다. 해마다 거창한 내용을 담은 신년사가 실제 주민의 생활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아서입니다. 건설사업을 한다고 해도 결국 주민의 주머니 돈을 긁어다 하는 것이니 주민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장마당에서 장사해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많은 주민에게 신년사의 덕담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그래도 김정은은 오는 5월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나름대로 업적을 세워 지지를 이끌어내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신년사에서 경제발전에 무게를 둔 것이 그런 까닭으로 풀이됩니다.

신년사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기업의 자율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바른 방향으로 지적됩니다. 자율은 창의성을 낳고 새로운 구상은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신년사를 주민에게 외도록 합니다. 마을에서 경연대회도 엽니다. 우승한 팀은 박수를 받고 잘 못한 팀은 질책 당하고 일까지 덤터기를 씁니다. 그러니 앞다퉈 신년사를 달달 읊습니다. 자율과는 정반대 광경입니다. 북한은 사회 곳곳이 자율보다는 타율에 의해 움직인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경제발전은 타율보다는 자율이 고양된 사회에서 가능합니다. 자율 경제는 자유세계의 시장경제이고 타율 경제는 수 십 년간 북한경제의 근간이 돼온 계획경제입니다. 계획경제의 폐해는 오늘의 북한 경제가 또렷하게 증거합니다. 김정은이 인민에게 약속한 잘사는 북한, 행복한 북한이 타율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가능할까요? 타율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자율을 강조하는 신년사를 백 번 한다 해도 경제발전은 요원하고 주민은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진단입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10월10일 당창건 70돌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때 당에서 경제분야를 맡은 오수용, 곽범기 비서를 맨 앞줄에 세운 것은 신년사에 담긴 경제발전에 대한 절실함의 또 다른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연구기관의 분석대로 김정은의 신년사가 자율적인 시장확대를 통한 경제성장 추구 이길 기대해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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