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에 비친 김경희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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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등 가족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당 핵심인사들을 대동하고 민생행보에 나섰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붉은 원) 당부부장이 상품을 둘러보는 모습.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동생 김여정 등 가족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비롯한 당 핵심인사들을 대동하고 민생행보에 나섰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붉은 원) 당부부장이 상품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김여정에 비친 김경희’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행보를 보면 세상을 떠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김정일의 매제이며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은 명실상부한 북한 권력 2인자로 군림하다 2013년 조카 김정은에게 버림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당시 노동신문은 장성택이 군사정변을 일으켜 김정은을 제거하려 했다고 기술했습니다.

민주적인 법 집행 절차가 없는 북한에서 정적 제거에 들이대는 죄목은 칼자루 쥔 자의 맘이니 장성택의 죄가 무엇인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막강했던 장성택이 하루아침에 처참하게 처형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장성택 처형 후 그의 아내인 김경희는 망연자실했을 겁니다. 남편을 여읜 슬픔은 물론이고, 오빠 김정일 집권 시 장성택과 함께 북한을 좌지우지했던 자신이 어린 조카 김정은의 전횡에 속수무책으로 내몰린 현실에 권력무상을 절감했을 겁니다.

김경희는 신경 질환 등으로 심신이 피폐해졌다는 보도가 자주 등장했고 미국 CNN방송은 고위 탈북자를 인용해 김경희가 독살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다른 매체는 김경희 피살설을 부인했으며, 한국 국가정보원도 김경희가 모처에서 요양 중이라며 사망설을 일축했습니다. 김경희의 신변과 관련해선 독살설, 자살설, 위독설, 요양설 등 추측이 난무하지만, 어찌 됐든 남편을 죽인 조카 김정은에 환멸을 느꼈을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김경희는 하나 밖에 없는 오빠 김정일의 수족이 돼 정사를 돌봤습니다.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 제1과장을 시작으로 국제부장, 경공업 부장, 경제정책 검열부장, 인민군 대장, 정치국 위원을 거쳐 당 비서에까지 올라섰다가 장성택 사건 이후 정치적으로 추락했습니다. 부모 자식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게 권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물며 조카와 고모, 고모부 간에 권력이 원만하게 나뉠 수 있겠습니까?

과거 김경희가 김정일을 도왔던 것처럼 이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오빠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인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을 가까이서 수행하면서 다른 간부들의 태도를 일일이 수첩에 적어 김정은에게 알린다는 게 대북 소식통의 말입니다. 만에 하나 김여정의 수첩에 ‘태도불량’으로 적히면 목이 달아날 수 있다는 겁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김여정의 감시망에 걸려 처형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김여정은 당 선전업무를 관장하는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인사 조직을 총괄하는 조직지도부, 서기실에서도 요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명목상 2인자’라면 김여정은 황병서까지도 두려워할 ‘실질적 2인자’라는 겁니다. 김경희가 남편 장성택을 2인자로 내세웠다면, 김여정은 자신이 직접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북한에서 ‘김정은을 잡으려면 김여정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는 말이 돈다는 대북소식통의 전언은 김여정의 힘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김여정의 남편이 최룡해 비서의 아들이란 얘기도 있고 평양의 대학교수란 설도 있지만, 공식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김여정의 남편은 경륜이 부족해 조용히 지내고 있거나 아예 정치엔 관심 없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직접 정치에 뛰어들 수 있고 김여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안방정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10년, 20년이 흘러 김여정과 남편의 세력이 커진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아들이 생기고 성장하면 권력을 놓고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김씨 왕조의 관례대로 김정은의 아들이 후계자가 되겠지만, 북한사회는 이미 고모 김여정 부부와 그들의 추종자들로 움직이는 상황이 가능합니다. 김여정 부부는 김경희 부부가 김정은에 했던 대로 김정은의 아들을 조종하며 권력을 유지하려 할 수 있습니다.

고모와 고모부의 권력을 빼앗아오려는 김정은의 ‘반격’은 장성택 처형과 김경희 무력화로 일단락됐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김여정의 정치적 운명에 대해 남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은 “김경희처럼 말기에 비참한 삶을 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정은은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를 나락으로 내몰았습니다. 김정은의 아들도 고모 김여정과 고모부를 가차 없이 내동댕이치지 말란 법이 있을까요?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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