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혈압 올린 조준사격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4-07-2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사진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1973군부대 산하 2대대 지휘관들의 자동보총 사격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사진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1973군부대 산하 2대대 지휘관들의 자동보총 사격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김정은 혈압 올린 조준사격’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1984년 인디아의 인디라 간디 총리가 경호원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는 한국 KBS 방송 뉴스를 접하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에선 여성 최고지도자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에 인디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딸로 아버지와 함께 독립운동을 했으며 인디아 역사상 첫 여성총리가 된 간디에 개인적인 관심을 두고 있던 터라 그의 피살 소식이 주는 충격파는 대단했습니다.

사건의 기억을 더듬으며 30년 만에 미국 CNN 방송 장면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CNN기자는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간디가 더는 총리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시사했습니다. 간디가 자신을 수행하던 경호원 중 두 명에게 피살됐다는 겁니다. 시크교도인 이들 경호원이 권총과 자동소총으로 간디의 가슴과 복부에 여러 발을 쐈고 간디는 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을 거뒀습니다. 간디 총리는 힌두교도와 시크교도 간 해묵은 분쟁에 희생됐습니다. 철썩 같이 믿었던 경호원들에 배신당한 겁니다.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는 경호원에 목숨을 잃는 사건은 역설적으로 믿을 만한 경호원이 그만큼 중요함을 일러줍니다. 특히 불만 세력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정권이나 억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정권엔 철옹성과 같은 경호체계가 절실합니다. 폭압적으로 3대 독재세습을 이어가는 김정은에게 경호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 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의 경호체계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김정은의 신변안전은 호위사령부가 맡습니다. 호위사령부는 3개 군단 약 12만 명의 병력으로 구성되며 가장 핵심 인원 3천여 명으로 짜인 호위총국과 평양경비사령부, 평양방어사령부로 나뉩니다.  특히 특수훈련을 받은 3천여 명의 최정예 호위부대원은 김정은이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방 순시 때 여러 겹으로 에워싸 물샐 틈 없는 호위를 합니다. 개미 한 마리 접근하지 못할 정도의 호위를 받는데다 눈엣가시 정적을 대거 숙청했으니 이제 김정은은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을 보필하는 호위부대원의 어깨에 힘이 팍팍 들어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신변안전에 보다 신경을 쓰는 독재자 밑에 있는 경호원들은 더더욱 그렇지 않겠습니까? 독재자는 신변안전을 지켜주는 대가로 경호원에게 각별한 힘을 실어주기 마련입니다. 독재정권하에서 지도자를 밀착 경호하는 사람들이 권력 실세로 불리고, 이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을 깔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호위총국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그런데 호위총국의 위세가 옛날 같지 않아 보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호위총국과 김정은 시대의 호위총국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진단이 나올 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 군부 내에서 호위총국이라면 무조건 머리를 조아리던 관행을 깬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방송이 며칠 전 보도한 바로는, 북한 정예부대인 ‘43경보병여단’ 병사들이 지난달 중순 호위총국 차량에 총격을 가했습니다. 병사들이 호위총국 차량을 세우려 했으나 차량이 이를 무시하고 그냥 달리자 조준 사격해 호위총국 군인 한 명을 사망케 했다는 겁니다. 차량 타이어를 조준사격 한다는 것이 그만 잘못돼 적재함을 맞췄고 마침 이곳에 타고 있던 병사를 숨지게 했다고 합니다. 부대에선 이를 쉬쉬했지만, 보위사령부가 실시한 부대 검열과정에서 드러나, ‘43경보병여단’의 지휘부가 교체됐다고 합니다.

43경보병여단 병사들이 모든 통행 차량을 단속해야 한다는 수칙대로 했다고 해도 김정은이나 호위총국으로선 ‘그냥 넘길 수 없는 도전’으로 여겼을 겁니다. 호위총국 차량엔 나름의 식별 표시가 돼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군대 내에선 이를 숙지하는 게 기본일 겁니다. 김정은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사건 발생 시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만일 칠흑 같은 밤 시간대여서 호위총국 차량인지 식별할 수 없었다면 추격을 하든지 다음 초소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일을 처리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 지역을 호위총국 차량이 처음 지나간 것도 아닐 텐데 사격을 가한 것은 만일에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추론을 낳습니다.

43경보병여단 병사들은 평소 거들먹거리는 호위총국 군인들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자신들도 최정예부대원이라 일대일로 맞붙으면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하는데, 호위총국 병사들이 김정은을 경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병사들을 깔보는 데 속앓이를 했다는 겁니다. 이런 불화가 이번 사건의 발단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북한군이 김정은 호위총국 차량에 총격을 가했고 사망자까지 나왔습니다. 권력공고화와 우상화에 매진하고 있는 김정은으로선 혈압이 확 오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그저 분노하고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대목이 아닙니다. 김정은이 수족처럼 여기는 호위부대원이 인민군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은 독재체제의 버팀목인 호위총국도, 나아가 김정은 자신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시사하는 까닭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