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복무연장과 군사력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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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1973군부대 산하 2대대 지휘관들의 자동보총 사격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사진은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제1973군부대 산하 2대대 지휘관들의 자동보총 사격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북한군 복무연장과 군사력’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북한의 한 고급중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 노동당 관계자가 들어왔습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을 모두 일어서라고 한 뒤 키 170cm가 넘는 학생들을 골랐습니다. 이들은 6개월간의 정밀 검사를 통과하면 졸업 후 북한지도자 김정은의 호위부대에 차출됩니다. 김일성 시대엔 최소 신장기준이 170cm였다가 상대적으로 작은 김정일 시대엔 165cm로 하향조정 됐었고 김정은 시대엔 다시 170cm로 상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탈북자가 들려준 얘기입니다.

북한은 매년 4월부터 시작되는 군인 모집에서 먼저 호위부대, 특수부대 순으로 학생들을 골라냅니다. 여기에 뽑힌 학생들은 어깨를 으쓱합니다. 일반 부대에도 선택 받지 못하다가 9월께 건설부대나 돌격대에 배정된 학생들은 불투명한 장래에 풀이 죽는다고 합니다. 제대로 군대 생활을 해야 출세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야망은 큰데 몸집이 작거나 체력이 약해 전도유망한 부대에 뽑히지 못한 학생은 향후 입당마저 어려운 탓에 좌절감을 맛봅니다. 여자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부대에 배치되느냐 어떤 보직을 맡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립니다.

북한의 약 120만 군대는 선군 정치에 힘입어 국가의 근간이 됐습니다. 그러니 군대에 못 가거나 생활 제대(의병 제대)하면 출세는 고사하고 사회진출마저 제약을 받습니다. 반면, 최고지도자가 총애하는 부대, 당과 국가가 중시하는 부대에서 복무하면 앞길이 탄탄해집니다. 남자 10년 여자 7년의 장기간 군 복무도 마다치 않는 게 다 이런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최근 군 복무기간을 연장했다고 합니다. 남자는 3년을 추가해 13년, 여자는 2년 더해 9년으로 늘린 겁니다. 1990년 대기근 여파로 입대 적령기 인구가 크게 줄어 취해진 조치입니다. 남자는 17살에 입대해 30살이 돼야 군대를 떠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머리도 반짝 반짝하고 열정도 대단해 경제발전에 한몫 할 젊은이들이 군대 막사에서 비생산적인 생활로 긴 세월을 보내게 됐습니다. 남한을 포함해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군 복무 기간이 대개 1년에서 3년 사이인 점을 보더라도 북한의 복무기간과 연장조치는 유별납니다.

북한은 국가보위를 위해 120만 명의 군인을 확보해야 한다고 믿는 가 봅니다. 대체 어느 나라의 침략을 염두에 둔 걸까요? 남한이 공격하겠습니까? 전쟁 결과에 상관 없이 한반도가 쑥밭이 되고 그 동안 일군 경제발전이 잿더미로 변할 게 뻔한데 남한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미국이 무력침공을 할까요? 미국도 한반도 안정을 원하지 한반도가 또 다시 전화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래도 나라의 안위가 걱정돼 군대를 보유한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상 거의 모든 나라가 그리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더라도 북한 군인은 너무 많습니다. 세계 군사전략 연구소들이 각국의 군대 규모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구 1천명 당 군인 수에서 북한은 46을 기록, 조사 대상 165개국 가운데 단연 1위를 차지했습니다. 남한은 약 12, 미국은 5정도로 나타났습니다. 남한도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휴전선을 경계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인구 수에 비해 군인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군대가 경제활동의 핵심주체가 돼 나라 경제를 발전시킨다면 또 다른 얘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외침이 우려돼 군사력을 강화하려면 군인 수를 늘리기보다 군인 수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고 이들 젊은 층을 산업역군으로 전환해 경제발전을 꾀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라 살림이 넉넉해야 최신 무기도 살 수 있습니다. 현대전은 과거 중국이 한국전에서 보여준 인해전술로는 승산이 없으니, 아무리 군인 수가 많다 해도 첨단 무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전에선 파죽지세로 패퇴하고 맙니다. 군인 확보를 위한 복무 기간 연장이 결코 나라의 안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군인 모집이 어려운 판에 복무 기간 연장이란 무리수를 두는 대신, 복무 기간을 줄이고 군인 수를 감축하는 동시에 핵 개발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며 남한이나 미국과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게 현실을 타개하는 수순입니다. 이것이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고, 북한이 강변하는 ‘안보위협’을 걷어내는 길입니다. 젊은이들을 대책 없이 군대에 묶어두지 않아 군사력이 약화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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