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수소폭탄 놀이’

워싱턴-박봉현 parkb@rfa.org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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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개보수를 끝낸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께서 이곳에서 울리신 역사의 총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조국은 자위의 핵탄,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개보수를 끝낸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우리 수령님(김일성 주석)께서 이곳에서 울리신 역사의 총성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 조국은 자위의 핵탄,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분석해 보는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김정은의 수소탄 놀이’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박봉현 기자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수소탄’ 발언이 전세계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김정은은 며칠 전 평천혁명사적지 시찰에서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자위의 핵탄,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고 자랑했습니다. 이미 수소탄을 개발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머지 않아 수소탄 보유국이 될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국제사회가 김정은의 수소탄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수소탄이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원자탄보다 수백 배 이상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진짜 수소탄을 보유할 단계에 근접했을까요? 미국정부는 일단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브루킹스연구소의 오공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개발 능력을 과장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수소탄 발언을 무턱대고 깔보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수소탄 자체는 아니더라도 수소탄 제조에 쓰이는 물질을 활용해 기존 핵무기의 위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도 이 같은 우려에 동조했습니다.

수소탄 발언을 4차 핵실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있습니다. 안젤로 주립대의 브루스 벡톨 교수는 핵실험을 앞두고 핵 위협을 했던 북한의 행태를 고려하면 빠르면 1년 내 또 다른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입니다.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새로운 갱도를 파고 있다는 위성사진 분석보고서도 북한의 ‘숨은 의도’를 방증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언급한 것이 바로 수소탄 원료인 ‘3중 수소’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수소탄을 만들 기술을 확보하진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수소탄 개발에 대한 북한의 관심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조엘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수소탄을 만들 능력이 있다는 다소 앞선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수소탄 개발의 기술적 문제와 함께 수소탄 발언의 정치적 해석도 분분합니다. 미국을 협박해 협상장으로 끌어내려는 속셈이란 분석이 있습니다. 러시아 아시아전략센터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장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반응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정부는 북한의 속셈을 간파한 듯 초장에 북한의 진정성 없는 태도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기는커녕 정세 불안정만 야기한다는 것입니다. ‘협박용’ 카드는 약발이 들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남북당국회담에서 더 많이 얻어내기 위한 술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정부가 어수룩하게 당할 리 없습니다. 남한의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남북당국회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라면 오판일 뿐 아니라 회담 과정만 어지럽혔습니다. 아쉽게도 북한의 다른 무리한 요구들과 뒤섞여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수소탄 발언은 북한의 전통 우방에게서도 싸늘한 반응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북한 모란봉 악단이 중국 베이징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한 이유 가운데 수소탄 발언이 중국 지도부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국 측이 공연 관람 인사의 급을 낮추면서 김정은이 공연단을 철수시켰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추정입니다.

수소탄 발언이 내부 결집용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모스크바 국립국제관계대학의 드미트리 스트렐초프 연구원은 북한이 강한 나라라고 주민에게 선전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독재정치의 한 가지 수단이니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북한 도발과 국제사회와의 교류 단절, 제재 강화로 이어지는 후폭풍의 역사는 이번에도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수소탄 놀이’가 북한정권에 부메랑이 돼 터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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