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는 누가 사나요?” 미국 고등학생과 탈북자의 만남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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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웨스트필드 고등학교의 북한 인권 모임인 'Link'가 탈북자 김수인 씨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웨스트필드 고등학교의 북한 인권 모임인 'Link'가 탈북자 김수인 씨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있다.
Photo: RFA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탈북자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습니다. 탈북자를 초청한 사람은 10대에 불과한 고등학생들인데요, 고등학교내 북한 인권 모임인 ‘Link’가 주인공입니다. 학생들은 탈북자의 강연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생활 등을 배우고,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졌는데요.

“친구들이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북한은 주민이 그런 꿈도 못꾸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니까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그런 것 같아요.”

고등학생 앞에서 북한을 소개한 탈북자 김수인 씨도 어린 고등학생들의 호기심이 관심으로 확산하고, 그 관심이 모여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와 고등학생이 만난 유쾌한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평양에는 누가 사나요?” 미국 고등학생과 탈북자의 만남>

- 미국 버지니아주 웨스트필드 고등학교, 탈북자 초청 강연 개최

- 북한에서 꿈이 뭐였어요?

[김수인] 일단 북한에서는 꿈이 없어요. 슬프지만, 북한에서는 학교를 졸업하면 군대에 가거나 군대에 안 간 친구들은 부모의 직업에 따라 부모나 농장원이면 농장에 배치되고, 노동자면 공장에 배치돼요. 그래서 자신이 정하지 않아요.

이곳은 미국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위치한 웨스트필드 고등학교. 15세에서 18세 고등학생들 앞에 탈북자 김수인 씨가 섰습니다. 지난 16일, 웨스트필드 고등학교의 교내 모임인 ‘Link’에서 북한 인권에 관심을 둔 고등학생들이 탈북자를 초청했는데요. 실제로 북한에서 살았던 탈북자 김수인 씨의 강연을 통해 북한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는 취지입니다.

‘Link’는 ‘Liberty in North Korea’의 줄임말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고, 중국 내 탈북자 구출, 탈북자의 정착 지원, 탈북자 교육과 역량 강화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미국의 인권단체인데요, 미국 내 대학교에서는 이미 활발할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처럼 고등학교에서도 모임이 조직된 것은 이례적입니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1학년부터 곧 대학 입학을 앞둔 4학년까지 약 30여 명의 학생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수인 씨를 바라봅니다. 수인 씨는 북한에서 살았던 자신의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는데요, 수인 씨는 10개월 전 미국에 건너와 어학연수를 하고 현재 미국 회사에서 인턴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김수인]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에서 태어나 20살까지 살다가 2008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북한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고 사회주의가 가장 살기 좋은 제도라고 교육받았습니다.

수인 씨는 북한에서 경험했던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을 소개했고, 고난의 행군 시절 겪었던 배고픔, 당시 거리에 넘쳐났던 꼬제비, 그리고 북∙중 국경지방을 넘어야 했던 탈북자들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 중국 내 탈북자가 강제북송 이후 겪어야 하는 고초와 함께 왜 북한 사람이 탈북하는지, 탈북 후 중국에서 본 것과 들은 것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등을 담담하게 설명했는데요,

수인 씨의 말을 듣는 고등학생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습니다. 항상 환한 불빛이 가득한 중국에 대한 동경, 중국 시내에서 본 중국인들의 다양한 머리 모양과 색깔, 옷차림 등이 매우 충격적이었다는 말에 그곳에 모인 학생들은 그저 신기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김수인] 어렸을 때 강 건너에 중국 마을이 보이는데, 온종일 불이 켜져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저쪽 동네가 궁금했고, 중국을 오간 사람들이 중국은 잘 산다고 해서 저쪽에 가면 내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에 탈북하게 됐어요.

수인 씨의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는데요,

“평양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나요?”

“북한에 있을 때 바깥소식을 어떻게 들었나요?”

“북한에서 꿈이 뭐였어요?”

“북한에 아직 가족이 있나요?”

“북한 사람은 김정은을 신이라고 믿나요?”

질문마다 자세히 설명해주는 수인 씨의 말에 학생들은 귀를 기울입니다. 특히 수인 씨가 북한에 있었을 때는 ‘꿈이 없었다’는 말에 모두 놀라움과 안타까움의 탄성을 쏟아냈고요. 북한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이 10년이나 된다는 사실에는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요. 물론 한국에 정착한 수인 씨의 새로운 꿈도 진심으로 응원했습니다.

[김수인] 이제 한국에서 9년 정도 살았어요. 그동안 대학도 다니고 봉사도 했는데, 꿈이라면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고등학생과 수인 씨의 만남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탈북자에게 직접 전해 듣는 북한의 정치, 사회, 경제 그리고 생활 이야기를 통해 막연했던 북한 주민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도 깨달아가는 시간이 됐는데요. ‘Link’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김채영 양은 이런 기회를 통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미국과 북한의 현실을 비교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김채영]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깨닫는 것이 많거든요. 미국∙한국과 비교되잖아요.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북한 주민은 그런 꿈도 못꾸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니까 더 슬퍼하고 미안해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은 미국인과 어린 학생들은 북한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잘 모릅니다. 그런 가운데 아직 어린 10대 고등학생이 북한에 관심을 두고 직접 모임을 만들어 탈북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노력뿐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과자를 만들어 판 돈을 모아 탈북자 구출 사업에 기부하기도 했는데요. 웨스트필드 고등학교에서 ‘Link’ 모임이 시작된 지도 8년이 됐습니다. 이 모임을 지켜보는 지도교사도 학생들의 활동을 대견스러워하는데요.

[지도교사] 인종과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북한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죠. 또 학생들이 여러 방법으로 탈북자 구출 사업을 돕고 있고, 이렇게 탈북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것도 모두 학생들 스스로 결정해서 하는 겁니다. 앞으로 학생들이 북한을 더 많이 알고, 또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이 모임을 발전시켜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날 수인 씨는 학생들에게 옛 북한 화폐 5천 원권 지폐를 기념으로 건넸습니다. 김일성 국가주석의 얼굴이 그려진 북한 화폐를 받아들자 학생들의 호기심은 더 커졌는데요, 이 같이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관심으로 확산하고 그 관심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데 탈북자 수인 씨와 학생들은 공감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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