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노린 북 ‘수산 기지’의 선박들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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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들어온 북한 어선을 향해 살수하는 해상보안청의 순시선.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들어온 북한 어선을 향해 살수하는 해상보안청의 순시선.
사진 제공-아시아프레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최근 일본 해안에 표류한 북한 선박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북한 선박에 대해 우려와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는데요, 지난달 발견된 선박에는 ‘조선인민군’이란 팻말이 붙어 있어 표류한 배들이 ‘공작선’이 아니냐? 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오징어잡이 배일 가능성이 큰데요.

제 견해는 이 계절을 놓치면 내년 6~7월까지 오징어잡이를 못 하니까 지금 시기에 돈벌이를 하려고 작은 배로 먼 바다까지 나갔다가 표류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신흥부유층이 군대 산하에 ‘수산기지’를 세우고 일반 주민을 고용해 어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6~7월과 10~11월에는 오징어잡이철로 이 시기에 돈벌이를 위해 무리하게 먼바다로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배들이 일본에까지 표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일확천금 노린 북 ‘수산 기지’의 선박들>
- 최근 일본 해안에 표류한 북한 선박들 정체는?
- 공작선 아닌 돈벌이를 위한 오징어잡이 배들
- 군대 간판 달고 어업 활동 나선 돈주들의 수산 기지
- 일 년에 두 차례, 오징어잡이로 돈 벌 수 있는 시기에 무리하게 나서
- 북한 내 오징어값 크게 올라∙중국에 밀수 목적으로 어획 나서기도


[Ishimaru Jiro] 처음에는 작은 목조선으로 넘어와 표류한 어민이었기 때문에 동정심이 컸는데, 지난달 훗카이도에 표류한 배는 무인도에 올라가 그곳의 여러 시설을 파괴하고, 전기제품이나 발전기 등을 훔쳐갔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감정이 많이 악화했죠. 또 한 달여간 집중적으로 많이 표류한 그곳이 70~80년대 초반까지는 납치 현장이었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이 공포감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작선일 가능성도 있다', '배가 인민군부대 소속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에 배 자체도 공작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강조하는 언론의 사례가 많아지면서 일본에서도 경계심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해안으로 표류한 북한 어선이 급증한 데 대한 일본 내 분위기입니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일본 해상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은 28건으로 월별 집계에서 최다를 기록했고요, 특히 지난 11월 28일, 홋카이도 마쓰마에초에 표류해 온 배에는 '조선인민군 854부대'라는 간판이 걸려 있어 북한군이나 공작원이 일본에 상륙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습니다.

북한 어선의 주요 표착 지점.
북한 어선의 주요 표착 지점. 사진 제공-아시아프레스

하지만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일본 해안에 표류한 북한 선박이 공작선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오징어잡이를 위해 멀리 배를 타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그 이상도 이하로 아닌 단순한 이유로 보인다고 설명했는데요.

[Ishimaru Jiro] 이번 사고를 냉정하게 분석하면 지난 6~7월, 오징어잡이 철에 북한 선박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까지 들어와 오징어잡이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 일본의 해상보안청에서 쫓아내려고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당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번에 표류한 배와 모습이 똑같습니다. 표류한 배들은 오징어잡이 배들입니다. '경제제재'와 '어업권을 팔았다' 등의 설들은 북한 어업 전체로 볼 때 언급할 수 있지만, 이번에 표류한 배는 동해 쪽에서 출항한 오징어잡이 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11월에는 두 번째 오징어잡이 계절이거든요. 오징어를 잡기 위해서 무리하게 일본 배타적경제수역까지 작은 배를 가지고 넘어온 배들이 표류한 것 같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북한 내부의 취재협조자들도 이 선박들이 군대 산하 수산기지의 배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수산기지는 돈주로 불리는 신흥부유층이 '군대'란 간판을 빌려 어업 활동을 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돈벌이를 위해 군이나 노동당 등 권력기관 산하의 기업 명의로 수산 회사를 만드는 건데요. '간판료'명목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군대 산하의 회사가 되면 해안 경비대의 검문도 쉽게 통과할 수 있고 신흥부유층들은 당당하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이미 북한에는 2000년대 이후 1~2척의 배를 소유한 많은 수의 '수산기지'가 생겨났고, 잡은 수산물은 무역회사에 되파는 건데요, 최근 일본 해안에 표류한 배들이 바로 '수산기지'의 선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돈주들이 배 1~2척 갖고 회사를 만든 뒤 군대의 간판을 빌려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수산기지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고요, 철저히 돈벌이를 위해서 조업을 합니다. 북한에서 현금수입이 있는 직장이 많지 않으니까 고기잡이배를 타려는 사람이 엄청 많다고 합니다. 제 견해는 이 계절을 놓치면 내년 6~7월까지 오징어잡이를 못 하니까 지금 시기에 돈벌이를 하려고 작은 배로 먼바다까지 나갔다가 표류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흥부유층이 설립한 '수산기지'는 배와 어구, 연료 등을 준비하고 일반인을 고용합니다. 실제로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는 "청진시에는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없어 어선에 타려는 젊은 남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배에 탄 사람들은 선장과 기관장 외에 바다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작은 배로 먼바다에 나서는 것이 매우 위험하지만, 한 번의 항해에서 수백 달러의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주민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잡은 오징어는 어디에 사용되는 것일까요?

현재 북한 시장에서는 쌀과 옥수수를 싼 가격에 얼마든지 살 수 있기 때문에 식량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징어잡이'는 말 그대로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건데요 오징어는 가공해서 중국에 수출하거나 북한 내 부유층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오징어가 품귀 현상을 빚어 값이 비싸고요, 이전에 1kg에 중국 돈으로 30위안 하던 것이 지금은 40위안까지 올랐는데, 북한의 오징어잡이 철은 매년 6~7월과 10~11월 두 차례로 이때가 소규모 수산기지나 북한 주민에게는 돈을 벌 때라는 겁니다.

[Ishimaru Jiro] 북한 국내에서 오징어값을 조사했는데요,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6~7월에 많이 잡지 못해서 값이 오른 것이라고 합니다. 오징어는 주로 중국에 수출해서 돈벌이를 했는데 무역회사들이 오징어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경제제재 때문에 공식 수출이 안 되니까 그렇죠. 그래서 외화벌이 회사도 받지 않지만, 그래도 값이 많이 오르는 이유는 오징어 자체가 예년보다 부족한 것 같습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북한 수산물에 대한 수출이 금지되면서 중국 내 무역회사가 오징어를 받지 않고 있지만, 밀수의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오징어는 냉동이 필요 없고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데다 무게도 가벼워 국경 경비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밀수가 비교적 쉬운 품목인데요. 최근 오징어잡이에 나서는 것은 오징어를 밀수하려는 동기도 있을 것이라고 북한 내 취재협력자들은 덧붙였습니다.

결국, 최근 잇따르는 북한 선박 표류의 배경에는 '식량 부족을 대신하는 어업 활동', '북한 공작선의 활동' 등이 아닌 이 시기에 거둘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열악한 환경 가운데 거친 바다에 뛰어들게 한 '수산기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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