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통일’ 펴낸 탈북작가 림일씨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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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작가 림일 씨.
탈북작가 림일 씨.
사진-림일 씨 제공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북한의 사회안전부와 대외경제위원회를 거쳐 쿠에이트 주재 북조선 무역상사에서 근무했던 평양 출신의 탈북민 작가 림일씨.

1997년 한국에 망명 정착한 뒤 세 번째 소설 ‘통일’을 올 봄에 출간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체제 3년 간 한반도와 주변국들에서 일어난 사실과 북한을 체험한 작가로서의 소설적 구상을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각색해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남조선의 자유롭고 풍요한 삶을 알게 된 북조선 인민들이 자신들의 굶주림과 고통은 70년 간 이어진 김씨 3대세습의 독재통치 때문이란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과 노동당 타도를 외치며 민중봉기를 일으킵니다. 군인들도 이에 합세해 무력 반란하자, 김정은은 동맹국 중국과 러시아에 반란 진압 지원 요청을 하지만 이 두 나라는 거부합니다. 그러자 김정은은 한국 정부가 제의한 스위스 망명을 마다하고 권총 자살합니다. 결국 남조선은 북조선을 접수 통합해 한반도 통일국가 ‘고려민국’을 세운다’는 줄거리입니다.

오늘 초대석에서는 림일씨를 모시고 소설 통일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봅니다. 림일씨는 문인단체인 국제PEN망명북한센터 상임이사와 북한해외근로자인권연대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전수일: 이 소설에서 제시한 통일의 배경과 과정에는 그 씨앗이 될 만한 여러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또 그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인민들이 자신들의 조국 북조선의 국가운영과 상태가 뭔가 크게 잘 못됐다는 걸 자각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그 한 예로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연대장인 20대 중반의 주인공 ‘려명’이 동료 학생들과 함께 농촌 ‘노력동원’을 나갑니다. 거기서 농촌 노인이 이런 말을 합니다. “ 어릴 적 일제시대에도 쌀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삼천리 조선땅 어디든 마음대로 다녔다” 라고 얘기합니다. 노인이 하고 싶은 말은 김씨 체제에서의 굶주림과 속박 통제는 일제시대 때 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겠죠?

림: 그럼요. 대놓고 말은 못하니까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죠.

전: 이 노인을 통해서 작가인 림일 씨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입니까?

림: 이 노인은 일제시대에도 살아보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것을 모르는 현 시대의 20대 청년들에게 말해주는 것이죠. 말 그대로 지금의 현 북한 체제가 일제시대 때 상황보다 못하다는 걸 말해주겠다는 것이죠.

전: 그런데 이런 말을 듣는 대학생 젊은이들에게는 현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림: 네. 당연히 그런 생각은 가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걸 표현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얼굴 표정까지 감시하는 북한 정권이니까. 그래서 노인이 한 말을 그 젊은이가 가슴에 새겨 들으며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일제시대를 경험했던 전 세대 노인들이 실제 일제시대에 있었던 현실과 지금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알려준다는 설정을 그린 것이죠.

전: 또 김정은은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있는 부친 명의의 천문학적 비자금을 물려받았다’ 는 대목 나옵니다. 이건 통치자가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하지 않고 자신과 일가의 배만 불리는 사욕을 취하고 있다는 말인데요. 그러니까 림일 작가가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국가를 자신의 개인 기업 정도로 생각하는 ‘지도자’의 잘못된 국정이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림: 그렇습니다. 그건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똑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니까요. 할아버지 역시 같았죠. 한 가문 사람들이니까. 북한 김씨 통치자들은 유사시를 대비해서 북한 돈 말고 많은 외화를 갖고 있습니다. 외국에 많이 예치하고 있고요. 이건 북한 주민들에게는 비밀이겠지만 세상사람들에게는 비밀이 아닙니다. 그 돈이 김정은 명의로 돼있든 아니면 다른 북한 사람 이름으로 돼 있는 어쨌든 이 모든 북한의 돈은 독재 통치국가인 북한의 독재자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일상에서 보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형편이 없는 것이죠. 60퍼센트 이상의 주민이 죽만 먹고 연명하는 상태인데.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기가 막힌 것이죠. 북한 김정은의 통치자금으로 추정되는 어마어마한 돈이 외국에 있는데 주민들은 굶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독재자의 2중 모습, 그러니까 주민들의 삶은 안중에 도 없고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아버지 김정일 동상세우고 기념관 짓고 핵과 미사일 개발하고 하는 이런 건 지도자의 2중 모습이라는 것이죠.

전: 또 다른 예에서는 농촌 노력동원을 하고 있던 대학생들이 밭에서 불순물품을 주워 보게 됩니다. 거기에는  ‘농촌 지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삐라와 소형 녹음기가 있습니다. 근데 이것을 살포한 단체는 ‘김정은 타도부대’ 라는 비밀조직으로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설정한 것이 북한 내부에 김정은 체제에 불만을 품고 체제 모순을 지적하고 타도를 부추기는 조직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북한 내부에 이런 반정부 조직이 있는지? 혹은 조직이 자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림: 실제 그런 조직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북한 독자들이나 소설 주인공이 봤을 때 ‘아, 이것이 우리 공화국 안에 있는 단체인가? 하고 혼돈스러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불순물품을 보낸 건 남한 내 탈북자들입니다. 전략적으로 북한 내에서 만든 것처럼 ‘김정은 타도부대’ 라고 위장을 한 것이죠. 남한에는 그런 단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건을 보는 북한 사람들은 이 단체가 공화국 내의 단체인가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죠. 만일 삐라에 발신자가 서울이고 탈북자 단체라면 주워 보는 북한 주민들은 거부반응을 나타내겠죠. 왜냐면 북한주민들은 70년동안 남조선이나 서울이란 정체는 괴뢰도당이란 것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체질화 돼있고 탈북자들도 북한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면서 소위 ‘용서받지 못할 자’ 로 각인됐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밝히면 북한주민들은 거부감이 앞서서 아예 보지를 않는 다는 것이죠. 그래서 거부반응을 예방하고 일단 받아서 글을 읽게 해 깨닫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마치 김정은 체제에 반대하는 북한 내 단체인 것처럼 위장을 하지만 실제는 남한에서 탈북자들이 보낸 삐라입니다.

전: 또 다른 대목에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호위총국 방송과장 ‘려운’, 그러니까 젊은 주인공 려명의 아버지 이죠. 그리고 그의 죽마고우이자 절친한 친구인 행사경비대장 ‘우정태’가 각자 아들들에 대한 우려를 털어 놓습니다. 남조선 문화물품을 입수해 사용하는 행태를 묘사한 것인데요. 남조선 음악이 담긴 CD 알판을 듣고 그쪽 소식을 담은 유에스비를 열어 보고 청취하는 일입니다. 북한의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미래가 한꺼번에 희생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렇듯 남한문화와 외부 소식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나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림: 그건 지금 질문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남한의 문화물을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위급이나 먹고 사는데 여유가 있어 그런 것을 구할 수 있는 주민층입니다. 하루 먹고 살기가 힘든 일반 주민들은 그걸 들을 시간도 없고 듣고자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중산층 이상의 주민들은 어느 정도 배고픔은 채울 수 있으니까 그걸 듣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목숨 걸고 듣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남조선 노래라고 생각하고 듣지는 않습니다. 중국노래 조선족 노래 등으로 생각을 하죠. 설령 그것이 남조선 노래라는 걸 알더라도 겉으로는 남쪽 노래가 아닌 중국 혹은 조선족 노래라며 들을 겁니다. 감히 남조선 노래라며 듣지는 안겠죠. 들키면 정치범에 가까운 범죄자가 되니까요. 북한 노래는 수령 당 정치적인 노래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상 생활적인 노래를 듣는다면 외국노래, 특히 중국, 남한 노래가 됩니다. 하지만 들어도 중국노래라는 구실로 듣는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있습니다.

전: 그리고 김정은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의 특사를 통해 보낸 친서에 “공화국 개혁 개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적은 대목이 있습니다. 북조선 인민들의 굶주림과 경제난은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하지 않아서라는 건 세계인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김정은은 개혁 개방을 절대 안 하겠다고 친서를 써 보내는 것으로 설정한 이유는 뭡니까?

림: 그건 독재자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제가 작가로서 보다는 직접 북한 독재체제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쪽 정치를 체험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독재자는 하늘이 무너져도 자기 권좌를 내려놓지 않으려 합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자연사 할 때까지 통치권을 쥐었고 지금 손자까지 이어 오지 않았습니까? 김정은은 제가 작가로서 도 북한에 살았던 사람으로 예측한다면 절대로 그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겁니다. 김정은이 박대통령에게 그런 친서를 보낸 설정은 그만큼 자기가 공화국 체제를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당당하고 뻔뻔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 남조선의 박근혜 정부가 조치를 취하는 설정이 나옵니다. 그래서 전담 부처를 만듭니다. 현재의 국가정보원이 CIC 정보총국으로 개칭되고 이 총국의 통일담당국장은 박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통일 하려면 북한을 알아야 하고, 북한을 아는 데는 탈북민 만한 사람들이 없다. 2만7천명 중 정보수집과 전략 기획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로 ‘통일전략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대목에서는 박 대통령이 유엔사무총장에게 자신의 통일 방안을 설명하면서 ‘통일 결사대’를 조직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이 ‘통일결사대’는 ‘탈북민 주축의 단체들을 연대해 만들며 10만명 조직원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쓰셨는데요 통일전략센터와 통일결사대의 역할이 어떤 것임을 염두에 두고 소설에 설정하셨나요?

림: 통일전략센터는 탈북 지식인 위주로 북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짜는 연구 기관이겠고 요. 또 모든 일이 구상 기획 준비가 되고 실행되어야 하는 만큼 통일결사대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 그 계획을 실행하는 조직이죠. 현실적으로 예를 들면 남한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있지 않습니까? 남한 학자도 있지만 탈북자 연구원도 섞여 일합니다. 북한 고위급 탈북자들이 대북 전략에 대해 이 연구원에서 연구하는데요, 이것이 통일전략센터의 모델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통일결사대는 북한에 삐라를 살포하는 운동가들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을 통일결사대원으로 각색하고 그린 것이죠.

전: 또 다른 대목에 눈, 귀, 입을 닫아야 하는 북한 2천만 주민에게 삐라는 김씨 독재의 진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고  ‘삐라를 살포하는 탈북인권운동가는 ‘인민의 영웅’ 이자 ‘장한 투사’ 라고 적으셨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이들이 통일결사대의 역할을 한다고 하셨는데
소설에서는 한국 정부가 직접 삐라살포에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간 운동가들의 대북 삐라살포를 지원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이 대북삐라살포, 대북방송 등의 심리전의 효과가 이 소설에서처럼 대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북한 인민들의 의식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림: 그럼요. 북한 주민들을 깨우치려면 진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70년동안 거짓 항아리 속에 들어가 사는 셈입니다. 북한 나라 자체가 독재자의 위선과 거짓으로 찬 나라가 아닙니까? 주민들이 평생 동안 일상생활이나 교육이나 문화를 통해서 배우죠. 그래서 그 안에서는 진실이 있을 수 없으니 밖에서라도 알려 줘야 합니다. 진실이 소통된다면 벌써 난리가 일어 났겠죠. 진실은 오직 밖에서만 접할 수 있습니다. 북한 외부에 러시아 중국 남한 등이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친북 국가이니까 기대할 수 없고. 남한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주변국입니다. 남북한의 긴장이 팽팽하던 70년대 80년대에는 군대에서 대북방송과 삐라살포를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90년대에 들어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민주주의의 우월성이 입증되고 남북한 간의 격차가 커서 북한이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간주해 남한 군대의 대북방송과 대북삐라 살포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 이후 지금까지는 정부가 하지 못하는 걸 삐라든 방송이든 탈북자들이 하는데, 자금이 없는 탈북자단체들이 이걸 하기는 마치 바위에 계란을 치는 격으로 너무 힘듭니다. 냉정하게 말해 정부에서 통일을 하려면 물밑에서 이 단체들을 지원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그렇게 쓰게 된 겁니다.

전: 그 다음에 한반도 통일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북한의 맹방이자 후원국인 ‘중국’이라고 적으셨는데, 이 중국은 북조선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주변국을 위협하고, 인권유린, 불법 거래행위 등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한심한 국가’로 부담이 커지면서 스스로 한국 (남조선)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는 한편, 북조선과는 멀어지고, 동시에 북조선을 압박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게 되는 상황을 설정했습니다. 한 예로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 내의 모든 탈북자 20만명을 한국에 보내겠다’는 큰 선물을 제의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선물을 거저 받지 않고 ‘중국의 동북 3성 경제개발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현찰로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맞제의’ 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시진핑 주석의 이런 제안이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진짜 이행될 경우, 아마도 북조선 정권은 큰 위험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우선,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이 수 천명이 아니라 수만 수십만으로 늘어나면서 북조선은 겉잡을 수 없는 혼란 상태에 빠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이런 제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됐습니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제안일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림: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비록 상상력에 따른 것이지만 그렇게 되어야만 통일이 된다고 본 것이죠. 한반도 평화 정착과 북한의 붕괴 그리고 통일로 나갈 수 있다는 설정에 따른 것이죠. 현재 중국이 입장과는 무관하게 제가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한 것입니다.

전: 하긴,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호의에서 얼마간의 탈북자들을 추방형식으로 풀어 준 적이 있었죠.

전: 그 다음에 리커창 총리는 또 ‘중국인과 결혼하는 탈북여성들에게 임시거주권을 발급할 것’이며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이들의 추방을 자제하겠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결국 이런 소설적인 설정이 실현될 경우 탈북 여성들에게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는 말인데요,
탈북자 10명중 7명 이상이 여성이란 측면에서, 이 역시 ‘탈북자들의 남한행 허가’만큼
대량 탈북사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림: 그럼요. 대량 탈북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것도 맞겠지만 중국의 그런 조치로 북한 정부가 받을 충격을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북한에서 정치적인 잣대로 계산할 때 소설대로라면 중국당국이 북한당국에 알리지 않고 조치를 취한 것이지만 만일 북한 당국이 눈치를 채거나 알게 된다면 엄청난 후과가 생길 겁니다. 김정은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것이 될 겁니다. 지금 북한이 중국의 말을 잘 안 듣거든요. 소설의 설정이지만 중국이 진짜 그런 정책을 실시한다면 아마 김정은이 시진핑의 말을 잘 듣게 될 겁니다.

전: 또 소설에서는 중국정부가 ‘북한근로자의 입국비자를 전면중단 조치’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북한의 해외근로자들이 노예노동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림일 작가는 중동국가 쿠웨이트에 파견 근무했었고 당시의 북한 당국의 노동착취 경험을 유엔과 미국 등의 국제사회 청문회에서 직접 증언했었습니다. 그런 체험이 이 소설에 ‘중국정부의 북한근로자 입국비자 전면중단’ 설정의 배경이 됐을 것 같습니다.
중동지역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북한 해외근로자들의 인권유린과 착취상황은 어떻습니까?

림: 제가 여러 번 국제 청문회 자리에서 증언을 했지만 중동국가에서 5개월 북한 근로자로 체험했던 해외 노동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노예 노동입니다. 하루 15 -16 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하루나 이틀 쉬는 게 고작이고 월급은 못 받고 식사는 부실하게 나오고 …이런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없을 겁니다.

전: 통일의 대외적 상황 조성을 위한 설정도 나옵니다.
결국 주변 강국들에 대한 통일 지지 설득 대목인데요, 이른바 박근혜 정부가 ‘통일은 한반도뿐만이 아닌 주변 관련국에도 대박’이라는 주장을 소설적으로 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즉, 미국은 한국의 맹방으로 당연히 지지하고, 중국은 ‘통일되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한국정부의 다짐에, 물론 소설적인 설정입니다만, 통일한국을 지지하게 됩니다. 문제는 러시아와 일본인데, 이 두 나라에 대한 통일지지 설득 논리가 다음과 같이 묘사돼 있습니다. 러시아에 대해선 러시아가 북한에 갖고 있는 채권 120억달러를 통일한국이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 또 시베리아 개발은 러시아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데 통일한국이 개발에 참여해 지원하겠다는 것인데요, 러시아로서는 국익에 도움되는 귀가 솔깃한 제안으로 설정했습니다.
얼마나 현실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림: 역시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린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러시아와 북한은 동맹국가입니다. 소설 설정과 현실은 너무나 다른 환경이지요.

전: 그런데 일본에 대해서는 통일한국이 성취되면 ‘북한땅 주민들의 반일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또 북한땅에 일본의 신규투자가 확대된다. 그리고 일본으로서는 대북 식민지배 보상금도 지불할 필요 없고, 한국의 통일로 북한이 존재할 때보다 군사적인 긴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일본측에 수긍이 되는 설정을 하셨습니다. 제가 볼 때에도 러시아 보다는 일본 쪽에 대한 이런 설득 논리가 훨씬 현실성이 있어 보입니다.

림:  일본은 북한과는 체제적으로 반대가 되는 민주주의 사회이자 자본주의 사회 아니겠습니까? 러시아와의 설정이 현실적이 아닌 것은 러시아는 사회주의였고 아직도 독재적 정치를 하는 국가이니까 그렇겠지만 일본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이자 경제 강국이니까 경제 논리로 설득이 가능할 수 있겠죠.

전: 소설 ‘통일’의 클라이맥스, 절정, 최고조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의 반정부 폭동 대목을 보죠. 분노한 인민들과 군인들이 광장에서 외칩니다. ‘ 김정은 독재정권 물러가라. 조선노동당 해산하라.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이런 인민들의 폭동과 함께 군인들도 탱크 포신을 김정은 집무실로 돌리고 무력 시위를 합니다. 김정은은   폭동을 진압하려고 우방 중국과 러시아에 지원요청을 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또 남조선의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전화 걸어 스위스 망명을 제의합니다. 김정은은 이를 거부하고 권총 자살합니다. 이로서 70년간의 김씨 세습 왕조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대목이 특별명령이란 유훈을 통해 김정은이 남조선에 북조선을 편입시키라고 합니다. 체제 생존과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 경제파탄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쏟아 붇고 있는 북한입니다. 비록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 체제 유지에 모든 걸 희생시켜온 3대세습 왕조의 김정은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자기가 통치해온 북조선을 남조선에 흡수 통합시키라는 유훈을 내리는 설정은 ‘기발하지만 너무 엉뚱하지 않냐’는 독자도 있을 법 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림: 독재자였지만 죽음을 선택한 최후의 순간에는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또 그렇게 설정하는 것이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평화적으로 통일될 수 있기에 남한의 정부에 북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전: 소설 ‘통일’의 대단원은 제목 그대로 통일한반도의 출범으로 설정됐습니다.
김정은 자살로 북조선 체제는 8월 15일 붕괴하고, 그 후 두 달여 지난 10월 20일, 남쪽의 지도자가 남북 통합국가인 ‘고려민국’의 새 수도 평양의 ‘광장’에서 통일한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는 것이죠. 만일 이 소설을 북조선 주민이 읽는다면 림일 작가가 설정한 통일의 시나리오, 즉, 가상적인 과정과 결과에 대해 현재 김정은 체제 3년을 살아온 사람들로서는 얼마나 공감을 할 것 같습니까?  

림: 저는 상당히 공감할 것으로 봅니다. 이 책을 읽어본 주민이라면 남한의 발전상보다는 북한의 허구성을 많이 기록한 소설임을 알 것입니다. 그러니까 북한과 수령의 허구성, 체제의 반동성 이런 것을 기록한 것인데, 주민들의 의식이 깨어나 자유를 외치고 김정은 정권 타도를 요구하는 그런 설정에 북한 주민들도 속마음으로는 상당히 공감할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은 탈북자인 제가 쓴 겁니다. 남한 작가가 쓴 것이 아니라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28년간 살았던 제가 쓴 것입니다. 그곳 정치 체제 아래 살았던 작가가 쓴 것이라서 북한 주민들의 상당한 공감을 얻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북한의 사회안전부와 대외경제위원회를 거쳐 쿠에이트 주재 북조선 무역상사에서 근무했던 평양 출신의 탈북민 작가 림일씨를 모시고 그가 최근 펴낸 소설 ‘통일’에 관한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림일씨는 문인단체인 국제PEN망명북한센터 상임이사와 북한해외근로자인권연대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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