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김석향 교수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4-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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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김석향 교수가 워싱턴의 RFA 본사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김석향 교수가 워싱턴의 RFA 본사를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RFA PHOTO/ 이규상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RFA초대석, 진행에 전수일 입니다.
북한의 사회 문화 경제 정치 심지어 군사 안보와 관련한 주요 사건이 터질때마다 한국 텔레비전 방송과 주요 매체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북한 전문가가 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북한학과의 김석향 교수는 사회학 박사이지만 북한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으로 북한 사회의 마약문제부터 장마당 경제, 주민들의 식량난, 지도부의 권력 이동과 대남 도발, 핵위협 등 북한 문제 전반에 걸쳐 통찰력 있게 설명하고 분석하는 북한 전문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과거 대북식량 인도적 지원사업의 관계자로 북한의 여러 지역을 직접 수차례 방문하기도 한 김 교수는 현재 북한 내 장애인 여성 아동 화교 등 취약 계층과 소수계 주민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으며 이번 주 8월 19일에는 오스트랄리아 국립대학교에서 열리는 북한 사회의 변화에 관한 학술회의에 참석해 강연할 예정입니다.

전수일: 올해 2월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해 의약품 등 인도적인 물품 지원 제공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거부해 보내지 못했습니다. 최근 저희가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회견한 바에 따르면 천암함 폭침에 따른 5.24 조치로 4년 전부터 남북교류 활동이 중단돼 온 것과 관련해 이분들은 안보와 정치적 이유나 환경에 상관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은 지속돼야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취약층 주민, 즉 영유아 임산부 환자들을 위한 의약품 의류 식량은 제한없이 보내줘야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김 교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석향 교수: 답답한 상황입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대북지원을 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민간단체들의 이런 주장에 동의합니다. 조건없이 북한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원칙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정부가 지금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면 북한이 받겠습니까? 현실적으로 북한은 받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만 비판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저도 단체 관계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정부만 비난하는 것으로는 도움이 안 됩니다.

전: 북한이 한국의 인도적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할 사람이 많을 겁니다. 북한 정권은 식량난 타개나 삶이 어려운 주민들 먹여살리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했는데 왜 남쪽의 지원을 안 받겠다고 할까요?

김: 김정은 제1위원장이나 주변 핵심권력층이 2천 4백-5백만의 북한 주민을 굶기지 않으려는 생각은 있다고 봅니다. 주민을 먹이고 입히겠다는 건 진심일 것입니다. 허나 북한 통치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정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체제의 유지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죠. 다른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삶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 역시 2천5백만 국민이 일상적 생활에서 제대로 먹고 살 수 있게 해야합니다. 정말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지만 김씨 체제 유지에 손상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만 중요하다는 말이죠. 아마 그런 우선 순위는 김씨 체제가 붕괴되지 않는 한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외부인들 시각으로는 그런 게 이해가 안 되겠지만 북한 핵심 권력으로서는 100만 300만 5백만명의 주민이 굶어 죽더라도 체제 유지와 비교해서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김씨 체제에 누가 되지 않는 범주에서만 가능한 일이죠. 지금 김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가 주겠다는 지원을 받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전: 주민들을 위해서는 외부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결국 정치적인 논리로 해서 받지를 않는다는 말이군요.

김: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이 만일 외부 지원을 통 크게 받아들인다면 아마 김 위원장은 북한 내부에서 새로운 지도자상을 구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전: 지원을 받는 일은 어찌보면 큰 일도 아니잖습니까.

김: 그렇습니다.

전: 외부지원과 어느 정도 상관이 있는 현안이겠는데요, 세계 한인기업인 대표단이 개성공단 운영상태를 파악하고 투자 가능성 알아보기 위해5월 초 개성공단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그 세계한인무역협회의 상임고문인 한 미국의 한인 기업가와 회견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방문해서 무얼 느꼈고 또 투자 가능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분 말씀이 공단 내 북한 근로자는 노임도 저렴하지만 노동력의 질도 양호하고 또 개성을 통해 유라시아쪽으로 수출하면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꼽았습니다. 다만 개성공단의 불안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언제 공장 문이 닫힐 줄 모르는데 어떻게 자신들이 큰 돈을 들여 투자를 할 수 있겠냐는 말이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크게 선전하고 있는데 왜 운영과 투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겁니까?

김: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아까 언급한 논리와 같습니다. 개성공단은 북한에게도 투자없이 큰 돈벌이가 되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북한도 닫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그리고 공단 규모를 확장해 더 많은 북한 근로자를 투입해 더 많은 임금으로 외화수입을 바라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공단 내 5만4천에서 5천명이 되는 북한 근로자가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는 겁니다. 컴퓨터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죠. 근로자들 모두 공단에서 월급을 받고 여유있는 생활을 합니다. 한국산 물건도 씁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기계처럼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북한 당국에 좋은 일 하고 본인도 행복하고.

전: 북한 당국도 이 근로자들이 로보트 처럼 일만하고 외화만 벌어 주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김: 그렇습니다. 그것만 보장이 된다면 북한 당국으로서는 10만, 20만 이상의 근로자를 투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5만4천여명의 근로자들이 공단에서 일하며 듣고 보고 느끼는게 있다는 것이죠. 밖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 하지만 말입니다. ‘남조선 기업인들 보니 이렇구나, 남조선 근로자는 저런 대접을 받는구나, 본인이 싫으면 직장도 그만 둘 수 있는 거구나’ 등등 이런 것을 보고 알고 배우게 됩니다.

전: 그러니까 즉 남쪽 자본주의 상황이나 황색바람을 탈 수도 있겠다는 말이군요.

김: 그렇습니다. 근로자들도 눈 감고 귀 막고 주위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안하게 될 테니까요. ’장군님 은혜를 배반하면 안되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들이 로보트가 아니니까 생각을 하게 되면서 확신이 흔들리는 걸 경험한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전: 근로자들이 이렇게 이념이나 사상이 흔들리게 되면 북한 정권은 불안할 수 있겠네요.

김: 아주 무섭죠. 근로자 변하는 모습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처음 공단에 배치되면 출입증을 만들어야 합니다. 얼굴 사진을 찍어 붙입니다. 그런데 일하면서 한 달간 매일 공단에서 샤워도 하고 고깃국 먹고 초코파이도 먹고 생활하면 한 달 지난 뒤에는 얼굴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한 달전과는 다르게 살도 포동포동 붙고 피부빛도 깨끗하고 환하게 되고 해서 지난 사진의 본인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만에 다시 출입증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그런 것은 한 두사람이 아니라 근로자 모든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변하는 모습을 서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런 좋은 생활을 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이 전에는 억울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씩 억울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전: 그러니까 60여년 그런 체제에서 살아온 처지에 대한 불만이 싹틀 수 있다는 얘기네요.

김: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등골 서늘한 상황이죠. 그렇다고 해서 공단 사업을 중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갈등이인 것이죠. 양날의 칼인 셈입니다. 그냥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하지만 작년에 한 번 크게 작정해 공단 문을 닫아버렸죠. 그런데 공단의 북한 근로자 5만여명의 불만이 크게 확산됐다고 합니다.

전: 그러니까 작년 봄에 북한 당국이 공단을 폐쇄한 이래 5개월간 직장을 잃었기 때문이죠?

김: 그렇죠. 월급 못 받는 것은 물론 매일 샤워하지도 못하지, 편안하고 깨끗한 공단의 작업환경을 떠나 들에 나가 농사를 지어야 하지… 불만스럽지요. 과거에는 그런 불만을 감히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주위 동료들도 똑같이 불만을 표명하니까 그게 확산되는 것이죠. 공단 근로자 한 사람당 가족이 너댓명만 되어도 그 불만세력은 2십만여명으로 늘어나는 겁니다. 이건 북한 당국으로는 굉장히 무서운 상황이죠. 그래서 북한 당국은 다시 공단을 열었습니다. 또 북한 당국으로서는 공단으로 벌어들이는 외화와 5만여명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그런 사업을 다른데서 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걸 남쪽에 보여주고 남쪽 자본가들을 통제하려고 작년에 폐쇄를 하긴 했는데 정작 폐쇄 이후의 부작용으로 엄청 후회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그런 갈등이 있습니다. 아까 재미 기업가의 언급대로 북측은 운영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공단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마음이 51퍼센트 있다면, 확 닫아버리겠다는 마음도 49퍼센트 정도로 갈등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김 위원장도 고심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전: 그렇다면 앞으로 안전 보장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 같습니다.

김: 그렇습니다. 어떤 남북갈등이 있어도 개성공단만큼은 굴러가게 놔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지난해 폐쇄 경험 때문에 쉽게 공단 문을 닫지 못할 겁니다. 지난 번 폐쇄로 정말 손해 많이 봤다는 걸 배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안전 운영 보장 가능성은 분명 있는데 그렇다고 해외 기업인들에게 투자하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전: 아무래도 그만한 위험요소는 상존하기 때문이겠죠?

김: 그렇습니다.

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얼마 전 교수님께서 한국 티비 방송에 출연해 전문가들과 얘기 나누시는 걸 봤습니다.  지난 4월 하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때쯤해서 4차 핵실험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결국 잘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는 분들이 궁금해 할 겁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하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더 강화될 것이고,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 지고, 거기다 남한의 대북지원과 교류의 재개 가능성은 더 멀어질 것이고, 그에 따라 식량난으로 시달리는 주민들의 먹고 살기가 훨씬 어려워 질 터인데 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것일까요.

김: 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진 않을 것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길 바라지만 북한이 완전히 안 한다고 천명하고 앞으로도 안 하겠다고 발표해도 믿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4차 핵실험을 하면 좋을 게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북한 당국으로서 이로운 게 있다면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자존심을 달래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장군님이 세계의 압력에 맞서 우리를 지키는 무기를 지니고 계시다’ 라는 자존심이죠. 그래서 4차 핵실험이 성공한다면 북한 정권으로서는 굉장한 내부적인 이점이 있는 것입니다. 자존심이 밥을 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자존심을 잃으면 아무 것도 없는 이들에게는 남는 게 없습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굶어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자존심이 강합니다. 그래서 핵 실험은 북한 주민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굉장히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죠. 그래서 4차 핵실험으로 외부지원은 더 줄더라도 북한 지도부로서는 큰 손해가 아닙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을 편들고 다시 신임해 줄 것이기 때문이죠. 김 위원장으로는 핵실험이 남는 장사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내부 결속과 주민들의 지지를 고려하면 북한은 충분히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RFA 초대석, 이 시간에는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의 북한문제 전문가 김석향 교수를 모시고 한국의 대북 인도지원 문제와 남북 경제협력, 북핵 위협 등의 현안에 대해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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